올초 인터넷 비스니스에 뛰어든 김모 사장(38).

요즘 뜨고 있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는 그는 며칠전 한 대기업
사람들의 방문을 받았다.

인터넷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며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달콤한 사업제안을 늘어놓았지만 김 사장은 고개를 내저으며 돌려보냈다.

지난 여름 사업 아이디어를 "도둑"맞았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

그때도 김 사장은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하려 한다는 어느 대기업 직원을
만났다.

"게임 소프트웨어를 파는 쇼핑몰 구축을 위해 프리젠테이션을 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큰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에 선뜻 응했습니다
그동안 쌓았던 노하우에다 갖고 있던 아이디어까지 넣어 근사한 사업계획을
만들어줬어요"

그 뒤 좋은 소식을 기다리던 어느날 김 사장은 신문을 보고 뒤통수를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내 아이디어를 그대로 적용한 인터넷 게임 쇼핑몰이 생겼다더군요. 그
쇼핑몰을 만든 사람은 사업계획서를 건네줬던 바로 그 문제의 대기업 직원이
었어요. 그 직원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리에서 팀장으로 특진했다는 기사도
대문짝만하게 나왔습니다"

화가 치밀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이라도 걸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국 포기했다.

그 직원이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물증이 없어 도리가 없었다.

그 때부터 김 사장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도 아이디어 얘기는 절대
꺼내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제2, 제3의 "김 사장"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대개 인터넷 업체들은 작은 아이디어 하나를 들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자금력이 달려 아이디어를 당장 사업화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보석같은 아이디어를 중간에 빼앗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종자돈"과 다름없는 아이디어를 도용당하고도 그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

국내엔 아이디어를 보호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

현행법으론 개념특허가 불가능하다.

아이디어를 지식재산권으로 인정하는 풍토는 더더욱 없다.

"아이디어를 권리로 보호해주지 않으면 수많은 아이디어가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사장될 겁니다. 그런 낭비가 어디 있습니까"

아이디어를 권리로 보호해줄 장치를 만들자고 김 사장은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그 전에 남의 아이디어를 지식재산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시급한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 차병석 산업2부 기자 chab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