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로루시 등 독립국가연합(CIS) 일부
국가에 주재하고 있는 직원과 가족들을 연말에 전원 철수시킨다.

해당 국가가 Y2K(2000년 연도인식 오류)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이
지역 원전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기업들은 이와 함께 CIS 중국 인도 중남미 일부 국가가 Y2K 문제를 해결
하지 못했다고 판단, 해당 지역 주재원들에게 늦어도 12월 20일까지 대금
결제를 완료해 만약의 금융사고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또 해당 지역에 대한 출장도 일정기간 금지하기로 했다.

대우는 우크라이나의 대우자동차 현지공장 주재원 25명을 포함해 전자 건설
통신 (주)대우 등 계열사 현지 주재원과 가족 1백20여명을 12월20일께 전원
철수시키기로 결정, 9일 해당 주재원들에게 통보했다.

삼성도 이날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주재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재원 3명과
가족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삼성은 삼성물산 모스크바지사 등 인근 지역의 주재원들도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곧 철수시킨다는 방침이다.

현대는 우크라이나의 현대중공업 주재원을 철수시킬 예정이며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카자흐스탄 알마티 등 Y2K 문제로 인해 비상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현대종합상사 주재원들을 잠정 대피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SK상사는 러시아 모스크바에만 현지 지사를 두고 있어 아직 철수는 검토
하지 않고 있으나 본사와 지사간의 전용통신망에 대한 점검과 프로그램의
정비 등을 통해 비상사태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우크라이나 및 인근 국가에 진출해 있는 중소기업들도 주재원들의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도 무역관별로 해당 국가의 Y2K 대비상황 및
비상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해 보고토록 지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의 주재원은 국가기관의 특성상 철수하기보다는
비상식량 휴대용가스 배터리 비상의약품 라디오 현금 자동차연료 등 Y2K에
대비한 비상물품을 충분히 확보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토록 했다.

대우 관계자는 "구소련의 원전 대부분이 몰려 있는 우크라이나 등이 Y2K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심할 경우 제2의 체르노빌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주재원 가족은 한달가량 국내로 철수시키고 주재원들
은 인근 유럽국가로 빠져 나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더라도 Y2K 오류로 전력 및 수도
공급이 끊기고 통신과 교통이 두절될 가능성이 높아 인근 지역도 철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IS 원전 문제는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등 이 지역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 대부분이
주재원들의 철수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이와 함께 Y2K 오류에 따른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해외 주재원들에게 지시했다.

대우는 각 영업본부별로 국내 본사와 해외법인간 거래는 물론 모든 무역
대금 결제를 12월20일까지 끝내도록 했다.

또 선사들과 협의, 모든 수출입 물량의 선적을 가능한 12월 중순까지 마쳐
납기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사유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바이어와 사전협의를 통해 부득이 이 기간중 수송및 선적이 이뤄질 경우
계약서에 Y2K 문제를 불가항력적 사유로 삽입하거나 선사측이 책임을 지도록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지시했다.

현대종합상사도 이달중 사내 Y2K 전담팀으로 하여금 비상계획서를 마련해
해외주재원의 안전과 무역대금 결제, 연말 해외출장과 지침을 전 해외법인과
지사에 하달할 계획이다.

본사에도 이 기간동안 비상요원을 대기시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 김정호.이심기 기자 j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