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 10시를 조금 넘긴 서울 동대문시장.

이곳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의류전문도매상가 "디자이너 크럽"에 지방
의류소매상들을 태운 대형버스들이 닥쳤다.

버스에서 내린 상인들은 디자이너 크럽은 물론, "팀 204" "아트프라자"
"혜양 엘레시움" 등 인근 상가를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돌며 한 사람당 3~4개
씩의 보따리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지난 설까지만 해도 찬바람이 거셌던 재래시장의 명절 대목 경기가 이제는
추석을 맞아 완연히 풀리고 있다.

그 바로미터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버스 숫자.

이원길 혜양엘레시움 과장은 "9월들어 전세 버스 수가 40%가량 늘어 하루
1백여대에 이르고 있다"며 "지방 경기가 확실히 회복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구에서 로드숍"쉬스"를 운영하는 박효선씨는 "이전에는 일주일에 한번만
올라왔지만 요새는 물건이 달려 자주 올라오게 된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손도 커졌다.

양규석 팀 204 총무는 "숙녀.남성정장 등이 특히 많이 나간다"며 "한번에
1천만원어치 이상을 떼가는 상인도 드물지 않다"고 귀띔했다.

지방 상인들중 상당수는 동대문 도매상가에서 1차 쇼핑을 끝낸뒤 자정이
넘으면 아동복 등을 사기 위해 전세버스로 다시 남대문 시장으로 향한다.

부르뎅 원아동복 마마아동복 포키 크레용 등 남대문의 아동복 상가들은
설대목에 맞춰 상품권이나 쇼핑백, 화장지 등 다양한 사은품을 걸고 지방
상인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다.

남대문시장주식회사의 백승학 계장은 "지난 설까지만 해도 명절특수를
느낄 수 없었지만 이번 추석에는 호전 기미가 뚜렷하다"며 "이번 주말에
특히 고객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형 할인점에도 대목 훈풍은 불고 있다.

농협하나로클럽 창동점은 자정을 넘긴 시각에도 주변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매장안은 쇼핑카트를 부딪히며 진열대를 기웃거리거나 계산대에 장사진을
친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 점포는 토요일인 지난 11일 10억3천8백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추석 5일전에야 10억원대를 달성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훨씬
앞선 것.

손정일 창동점 홍보팀장은 "추석대목 매출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날 것 같다"고 예상했다.

14일부터 본격적인 추석 선물 판매에 들어가는 대다수 백화점들 역시 대목
경기를 낙관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갈비 참치캔 등 인기 품목의 물량을 지난해 보다 30% 이상
늘려 잡고 있으며 매출목표도 40% 이상 높여 놓고 있다.

특히 20만~50만원대 갈비 굴비 과일세트의 취급비중을 크게 높이는 등
모처럼의 신나는 추석경기에 가슴을 부풀리고 있다.

< 윤성민 기자 smyoon@ 최철규 기자 gra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