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을 유치했느냐, 대우그룹 여신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은행 신용도
가 차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 신용도는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그대로 반영된다.

신용도가 높은 은행일수록 싼 금리로 조달할 수 있어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은행 신용도 차별화는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가 지난 23일 발표한
"은행신용등급 조정방침"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무디스는 산업 수출입 기업 주택 국민 신한 등 6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산업 수출입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어서 국가 신용등급과 함께
움직인다.

관심의 대상은 국민 주택 신한은행이다.

국민은행은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로부터 5억달러, 주택은행은
네덜란드계 ING그룹으로부터 약 2억7천만달러의 자본을 각각 유치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경영실적이 좋은데다 대우그룹 여신이 2천8백억원에 불과한
점이 신용도 상승의 밑거름이 됐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세은행은 외국인 지분이 많은 상위 3개 은행에 속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경우 대우여신이 결코 적다고 볼 수 없으나
골드만삭스의 투자가 신용등급평가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은행구조조정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측면이
우선적으로 감안됐겠지만 외자유치가 신인도에 상승효과를 불러온 것도
무시할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 주택 신한은행은 국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도 최고 신용등급(AAA)를
받고 있다.

그러나 외환 한미은행은 외국자본이 대주주이긴 하지만 대우그룹에 대한
여신(각각 2조8천억원 1조3천억원)이 과다한 탓에 무디스의 신용등급 조정
대상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무디스 실사단의 질문중 90% 이상은 대우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한빛은행의 경우도 최근 10억달러규모의 DR(주식예탁증서)를 발행했지만
워크아웃 여신(약 3조2천억원)과 대우여신(3조6천억원)이 많은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하나은행도 1조1천억원에 달하는 대우여신 때문에 신용등급 조정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 김상현 선임연구원은 "우량은행과 나머지 그룹간의 신용도
간격이 앞으로 보다 뚜렷해질 것"이라며 "나머지 그룹의 신용도는 서로
수렴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