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24일 한국경제신문의 "대우그룹 워크아웃"
보도와 관련,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시인도 부인도 아닌 해명을 했다.

"워크아웃 가능성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부연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재경부와 금감위는 지난 주말 워크아웃의 대상과 시기를 두고 의견을
조율했으나 결론은 못내렸다.

재경부는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조기에 단행하자는 입장인 반면 금감위는
대상을 5대 주력기업으로 국한하고 시기도 좀더 지켜보자는 쪽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모습이 시장참여자들에게 어떻게 비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저 "신중하군"이라고만 평가해주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보다는 우유부단한 것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문제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 재무관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실감나게 그려낸 작년 8~11월의 국제금융위기 전말은 참고가 될
만하다.

8월17일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촉발된 위기상황은 철옹성 같던
미국 금융시장마저 위협했다.

급기야 9월들어 유수의 헤지펀드였던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TCM)가 파산
위기에 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서머스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사카키바라 차관에게 "세계가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메모를 보내 사태의 절박함을 전하기도 했다.

주목할 부분은 바로 여기부터다.

미국 재무부와 중앙은행(FRB)은 9월25일 뉴욕 연방은행에 14개 주요 은행을
불러모아 LTCM에 대한 구제금융책을 내놓았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금융당국이 민간은행들의 팔을 비튼 것이다.

이어 9월30일에는 FRB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0.25% 인하했다.

미 재무부와 FRB의 이같은 물불 가리지 않는 긴급조치는 유럽언론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서구식 연고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같이 신속하고도 과감한 조치가 결국은 미국, 나아가
세계경제를 위기의 나락에서 구해냈다는 사실이다.

한국이 97년 외환위기를 맞은 배경에는 기아사태에 대한 정부의 우유부단한
대처가 한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상기해서라도 대우의 처리방향을 워크아웃이든, 아니면 또다른
방안이든 하루속히 결론지어야 할 것이라는게 금융계의 바람이다.

< 임혁 경제부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