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역적자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지난 97년 자동차 협상 타결이후
한동안 평온했던 한.미 통상관계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철강의 경우 양자협상이 사실상 결렬돼 세계무역기구(WTO)로 넘겨질 정도로
문제가 악화된 상태다.

철강 자동차 제약등 한.미 통상의 3대 이슈를 점검해 본다.

<> 철강 =철강은 한.미통상 현안들 가운데서도 핫이슈다.

미국은 한국철강업체들이 미국에 "소나기식" 수출을 하고 있고 덤핑혐의도
짙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측은 작년에는 환율 덕분에 수출이 급증한게 사실이지만
올해들어서는 수출을 자제하고 있고 덤핑혐의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양국 실무자들은 지난 13,14일 워싱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이견 절충작업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한국은 급기야 WTO를 통해 해결키로 방향을 바꿨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국산 스테인리스후판과 냉연강판의 반덤핑 최종
판정에서 예비판정보다 높은 덤핑 마진율을 확정한 미국 상무부의 결정에
대해 WTO에 제소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9일 또다시 한국산 후판제품에 대해서
수출가격을 낮췄다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미 상무부는 미국업계의 제소를 수용, 한국과 프랑스 인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등 5개국 철강업체가 정부보조금을 받은 증거가 있다고 결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1-23%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실제 관세부과에 대해선 연말께 최종 결정한다.

또 미국 관세청은 추후 관세가 소급 적용될 것에 대비해 일부 후판에 대해
예치금을 징수한다.

<> 제약 =미국은 한국이 의료보험을 시행하면서 미국산 수입약품을 약가표
에 등재하지 않는데 대해 "외제차별"이라면서 국산과 같이 취급해 줄 것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한국정부는 이달부터 미국의 요구대로 하기로 했다.

제도적으론 문제가 해결된 셈이다.

하지만 미국측은 수입약품의 의료보험 공식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터무니 없이 싸게 책정됐다"면서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이에대해
한국은 수혜자인 국민의 의료보험료 부담을 고려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연말까지 약품의 실거래가격을 그대로 인정해 줄 방침이므로
이 경우 미국의 불만이 해소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측은 "지금 당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의료보험 약가를 책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자동차 =지난 97년 한.미 협상에 따라 제도적으로는 마찰소지가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미국측은 한국의 수출물량에 비해 수입실적이 비교가 안될 정도로
미미한데 대해 끊임없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실적은 지난 1-5월중 7백만달러 남짓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5.2% 줄었고 외환위기 이전인 97년 같은기간에 비해선
10분의 1도 안된다.

이에반해 대미수출은 8억9천1백만달러로 작년에 비해 50.5% 늘었다.

미국측은 한국의 외국산 자동차 구매에 대한 소비자인식이 문제라고 지적
한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의 몇몇 시민단체나 언론들이 외국산자동차 구매에 대해
"경제위기인데 일부 몰지각한 부유층이 수입외제를 선호한 나머지 고가소비재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붙인다"면서 "이런 분위기를 한국정부가
나서서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이동우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