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8일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와 관련해 입장을 급선회했다.

이미 발표한 이건희 회장 보유 삼성생명 4백만주와 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자산 외에 이 회장이 사재를 추가출연할수도 있다고 밝힌 것이다.

물론 채권단과 협의해 삼성생명 주식 가치가 2조8천억원에 미달할 경우에
한해서라는 단서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중대한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이수빈 구조조정위원장(삼성생명 회장)은 7일과 8일 이틀연속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미 출연한 삼성생명 4백만주 외에 추가출연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런 입장을 8일 오후 갑작스레 번복한 것이다.

이는 2조8천억원은 삼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일단
순응함으로써 곤란한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또 추가로 사재를 내놓을 경우 얻을 것도 많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우선 삼성은 삼성생명 주가가 주당 70만원선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구조조정본부측은 "액면가 5백원인 삼성화재 주가가 주당 7만6천원인
점을 감안하면 액면가 5천원인 생명 주가는 비슷한 수준인 70만원선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70만원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60만원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지난 1일 사내방송을 통한 특별대담에서 4백만주
의 가치가 2조6천억원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주당 65만원선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삼성생명 주가는 채권단이 의뢰한 3자 평가기관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나 이학수 본부장이 밝힌대로라면 2천억원정도만 더 부담
하면 되는 셈이다.

이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으로 추가 사재출연한다면 30만주 정도를 더 내면
되는 것이다.

삼성은 지루한 과정을 거쳐 삼성자동차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일단
양보함으로써 더 많은 이득을 얻을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삼성생명을 상장시킬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이 추가 출연한 이상 상장을 막을 명분이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다.

삼성생명을 상장할수 있게 된다면 채권단의 불만도 사라져 삼성자동차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할수 있게 되는 길이 열리게 된다.

또 삼성자동차 처리과정에서 야기된 기업 이미지 악화라는 부작용도 상당
부분 불식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사적 재산권 자유와 주식회사
유한책임제라는 자본주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추가 출연을 결심한데 대해선
정당한 평가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과제는 정부가 삼성생명을 과연 상장시켜줄 것인지, 그리고 채권단과
협상과정에서 삼성생명 주가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가 남아 있다.

삼성이 삼성생명 상장에 따른 자본이득 일부를 계약자와 사회에 환원하고
2조8천억원을 부담키로 한 이상 상장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도 이미 추가 출연할 경우 상장 허용의사를 밝혀 상장은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