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의 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인수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대우 고위 관계자는 4일 "삼성차 인수 문제는 법정관리 결정이 떨어진뒤
매각 조건을 놓고 검토해 봐야 할 일"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채권단이
적극적인 지원 의사만 갖고 있다면 인수를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채권단 지원에는 공장 인수 자금은 물론 정상 가동에 필요한 운영
자금도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 3일 관계장관 회의 결과를 발표
하면서 "자동차산업의 이원화를 통한 시너지효과가 실현되기를 기대하는
차원에서 대우의 부산공장 인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 말했다.

<> 대우의 이득 =대우는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만 따른다면 거의 돈을
들이지도 않고 이 공장을 인수할 수 있다.

부채는 삼성이 모두 정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우는 채권단에 공장을 담보로 한 초장기 저리 대출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운전자금 지원도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부품업체 손실발생분도 삼성이 책임을 지기로 해 부담이 없다.

공장 인수 부담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부채가 사라진 부산공장은 국내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공장"이라며 "삼성은 금융비용 부담이 커 자동차를 생산할수록 적자가
늘어났지만 대우는 오히려 그 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채권단 입장 =채권단은 부산공장을 팔아야 채권을 완전히 회수할 수
있다.

삼성은 삼성차 부채 4조3천억원 가운데 이건희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2조2천억원(2조8천억원 가운데 6천억원은 협력업체 손실 보전), 계열사
분담으로 1조2천억원을 정리하기로 해 채권단은 나머지 9천억원 정도를
공장 매각으로 보전해야 한다.

그러나 이게 여의치 않다.

해외 업체 가운데 1조원을 투자해 국내에 설비를 갖고 싶어하는 회사가
없는데다 해외 설비 매각도 어렵다.

"부산 정서" 때문에도 어렵다.

따라서 채권단이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답도 대우인 셈이다.

물론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담보가 있다.

채권단도 설비와 부지를 헐값에 공매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 부산공장 활용방안 =대우는 이미 삼성차 공장 활용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삼성의 SM5를 계속 생산하고 창원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경차 마티즈를
이곳에서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개발중인 중대형승용차 P-100도 연말께부터 이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구상
이다.

특히 SM5는 부채가 사라지면 원가가 낮아져 가격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랜저XG EF쏘나타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와의 경쟁도 가능
하다는 얘기다.

경차 생산능력도 연산 30만대에서 50만대로 늘릴 수 있다.

페인팅(도장)능력이 부족한 창원공장의 약점을 삼성 부산공장을 통해 해결
하는 방안이다.

결국 부산공장은 소유자만 삼성에서 대우로 바뀌고 대우는 운영자금까지
지원받으며 공장을 가동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와 대우의 공통된 생각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