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프랑코 페레는 지아니 베르사체,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함께 20세기
패션계를 이끈 거장으로 불린다.

흡사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라인과 과감한 실루엣, 파격적인 소재사용 등으로
자신만의 확실한 디자인 세계를 구축해 오며 오랫동안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는 1944년 8월15일 이탈리아 레그나노의 화목한 중류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69년 당시 엔지니어링과 메카닉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페레는 밀라노
폴리테크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하지만 취미로 시작한 액세서리와 보석 디자인이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자 자신도 모르게 패션계에 데뷔하는 운명을 맞게 된다.

그의 강하고도 특이한 디자인 스타일은 권위있는 유명 패션잡지들에 의해
찬사를 받았다.

뜻하지도 않았던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페레는 디자인뿐 아니라 패턴과
원단에 관해서도 심도있는 공부를 시작했다.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깬 소재 사용이나 누구도 시도해 보지 못한 실루엣의
창조는 이처럼 젊은 날의 학구열에 힘입은 것이다.

페레의 이러한 노력은 70년대에 이르러 빛을 발했고 디자이너로서 국제적인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74년 그는 볼로냐에서 의류 사업을 하는 프랑코 마티올리와 동업을 시작,
같은 해 첫 여성 기성복브랜드인 "바일라"를 디자인했고 4년후 드디어 자신의
이름으로 컬렉션을 발표했다.

이후 이탈리아 주요 원단업체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다양한 서브 라인과
향수 구두 핸드백 등의 액세서리를 생산 판매했다.

86년에는 고급 맞춤복인 오트쿠틔르 컬렉션까지 발표, 페레라는 이름을
패션계의 대명사중 하나로 각인시켰다.

그는 또 89년부터 96년까지 프랑스의 대표적 패션회사 크리스찬 디올 하우스
의 수석 디자이너로 활약하기도 했다.

97년 신예 존 갈리아노에게 디올 하우스를 넘겨주기 전까지 오랜기간의
"외도"를 끝마치고 돌아온 페레는 이전보다도 젊고 힘있는 디자인을 선보여
다시 한번 그의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페레가 직접 디자인한 이번 봄 여름 컬렉션을 예로 들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투명한 재킷과 스티치를 넣은 탱크탑, 호박색 고무 소재를 쓴
레인코트, 원뿔형의 미니스커트, 바느질로 주름자국을 낸 바지 등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가득하다.

지안프랑코 페레사는 현재 지페페(GFF), 지안프랑코 페레 진과 스포츠,
페레 스튜디오, 페레 포르마, 페레 골프 등의 여러 상품라인들을 보유하고
있다.

전세계에 80여개 매장을 운영중인 페레는 88년 신화월드에서 수입을 시작,
다른 브랜드에 비해 일찍 한국시장에 진출했으나 작년 가을부터 한원통상으로
파트너를 바꿨다.

매장은 서울 갤러리아백화점과 청담동 전문점 두곳이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