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29일 부실한 5개 은행을 퇴출시키면서 시작된 은행구조조조정이
1년을 맞는다.

은행 구조조정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지난 1년동안 43조5천억원에 이른다.

부실채권을 매입하는데 12조6천억원, 증자에 8조6천억원, 예금대지급에
15조원을 각각 썼다.

정부는 올해말까지 64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은행구조조정 1년 성과와 변화"자료를 통해 "장기적으로
지속돼온 비효율이 상당부분 제거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생존을 위한
자발적인 인수합병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요약한다.

<> 1년동안의 은행구조조정 성과 =동화 대동 동남 경기 충청은행 등 5개
은행에 대한 퇴출조치는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한국을 빠져 나가던 외국투자가들이 발길을 돌렸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6월까지 주식매도우위를 보이다가 7월부터 순매수로
돌아섰다.

반면 부실이 훨씬 심했던 제일.서울은행은 살아남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
됐다.

또 퇴출과정에서 발생한 퇴출은행과 인수은행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가
됐다.

은행간 합병은 재무건전성과 규모의 경제성,효율 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거대한 조직을 단기간에 통합해 부작용도 나타났다.

흡수합병된 은행원들은 아직도 상당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외환은행과 국민은행 신한은행의 외자유치는 재무건전성과 대외신인도를
높였다.

헐값에 지분을 매각했다는 비판도 있으나 리스크관리 여신심사 등 선진기법
을 도입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제일.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시간에 쫓겨 가격과 옵션 등에서 불리한 계약을 체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외매각이 무산될 경우 신인도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인력감축은 경영지표를 개선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98년 한해동안 은행원은 33.6% 감소했다.

이 결과 은행원 1인당 총자산과 총예금등의 지표가 선진은행 수준까지
접근했다.

1인당 총자산의 경우 98년말 76억원으로 씨티은행(51억원)이나 뱅크아메리카
(67억원,각각 97년말 기준)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실무자 중심으로 인력감축이 이루어져 업무공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원감축을 업무개선으로 소화하기 보다는 시간제근무자를 뽑는 방식으로
해결, 형식적인 감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 무엇이 바뀌었나 =97년말 26개였던 은행수가 16개로 줄었다.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가 붕괴된 것은 가장 큰 변화였다.

고객들은 은해의 안정성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IMF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은행은 시중은행, 후발은행, 지방은행
등으로 구분됐다.

그러나 이제는 우량은행, 조건부승인은행, 부실은행 등 건전성에 따라
분류됐다.

은행간 주가차별화도 심화됐다.

6월19일 종가기준으로 보면 5개 인수은행의 단순평균주가는 1만9천여원인데
비해 조건부승인은행의 평균주가는 4천4백원대에 머물고 있다.

<> 전망 =생존을 위한 자발적인 인수합병이 확산될 전망이다.

업무영역간 장벽이 무너지면서 전통적인 은행업은 쇠퇴하고 증권과 투신
업무 등을 포함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은행들이 증권회사나 투신사와 업무제휴하고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이같은 흐름으로 볼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사업부제나 독립채산제, 연봉제 도입 등의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는 어느정도 달성했기 때문에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높이고 선진경영기법을 도입하는 쪽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 금융기관들의 경우 80년대말부터 합병과 겸업화 등을 통해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여 왔다.

금융산업이 국가적인 전략산업으로 육성되고 있다.

국내은행들도 퇴출과 합병의 쇼크에서는 벗어나면서 효율성제고와 산업재편
등을 강도높게 추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은행권의 구조조정 추진방식 ]

<> 퇴출
- 동남(=>주택) - 동화(=>신한) - 충청(=>하나) - 경기(=>한미)
- 대동(=>국민)

<> 합병 및 인수
- 상업+한일(=>한빛) - 조흥+강원+현대종금+충북(=>조흥 예정)
- 하나+보람(=>하나) - 국민+장은(=>국민)

<> 외자유치 또는 해외매각
- 해외매각 추진중 : 서울, 제일
- 외자유치 : 외환, 한빛, 조흥, 국민, 하나, 신한

<> 유무상 증자(정부 증자참여 포함)
- 자체증자 : 외환, 부산, 경남, 제주, 광주, 전북, 대구)
- 정부증자 : 한빛, 조흥, 평화, 서울, 제일
- 자체+정부증자 : 5개 인수은행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