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에서도 지펠냉장고나 플라톤TV를 산다"

할인점에서도 최고급 가전제품이나 의류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할인점에서만 판매되는 전문 상품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IMF체제 이후 백화점은 위축되고 할인점이 약진하면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국내 할인점업계는 지난해 약 4조3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백화점의 12조2천억원에 비하면 35.2%선이다.

그러나 성장 속도면에서는 백화점을 압도하며 빠르게 주요 유통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 최고급품도 판다 =할인점은 식품이나 주방용품 잡화 등 생활필수품을
저가에 판매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 지펠냉장고(E마트), LG전자 플라톤TV(홈플러스) 등
고급품을 파는 할인점이 늘어나며서 급속히 "싸구려" 이미지를 벗어가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외국제품도 할인점을 노크하고 있다.

종전에는 할인점을 꺼리던 아가방 거버 해피랜드 등 고급 아동용품과
신영와코루 등 고급 란제리 제품의 입점도 늘어나고 있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할인점에서의 판매가 자칫 제품의 고급이미지를 해칠 수
있어 처음엔 납품을 꺼렸다"며 "그러나 할인점이 급속히 늘어나고 매출규모도
커 외면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 할인점용 상품이 늘어난다 =백화점이나 전문점에는 없고 할인점에서만
판매되는 상품이 늘어나고 있다.

덕용포장(여러개의 상품을 한꾸러미로 묶어파는 것) 등 용량이나 판매단위에
변화를 주던 것에서 아예 할인점 이용자의 속성을 겨냥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화장품중 제일제당의 데이시스, 태평양의 쥬비스 등은 전문점이 아닌
할인점과 슈퍼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이다.

패션업계는 사용하지 않던 브랜드를 부활시키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할인점에 납품하고 있다.

에스에스패션은 "위켄드"란 옛 브랜드를 부활시켰다.

LG패션은 "포맥스"란 이름으로 스포츠웨어를, 비비안은 "드로르"란 브랜드로
란제리를 만들어 할인점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삼성테스코의 김자경 대리는 "중소기업들이 할인점용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없느냐는 문의를 자주 해온다"며 "대기업은 아직까지 손익을 저울질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신상품도 할인점에서 판촉한다 =백화점에서 팔고 남은 재고상품을
할인점에 보내던 관행이 사라지고 있다.

대상의 "보끄라이스"같은 즉석식품에서 해피랜드의 의류까지 백화점과
입점시기의 차이가 없어졌다.

할인점 관계자는 "할인점이 생필품의 판매경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자 메이커들도 할인점 매장을 경쟁사보다 더 빨리 차지하기 위해
납품을 앞당기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