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헤지펀드의 위기설로 세계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타이거매니지먼트가 도산설에 휩싸이고 조지 소로스
의 퀀텀펀드는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따라 미국과 중남미의 주가가 1~2%씩 급락했다.

한국 싱가포르 일본 등 주요 아시아증시도 약세로 돌아섰다.

올들어 헤지펀드의 투자실적은 참혹하다.

지난 1.4분기에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는 엔화와 미국국채투자 실패로
12억달러를 잃었다.

줄리안 로버트슨의 타이거매지니먼트의 사정은 더 나쁘다.

휘하에 타이거, 재규어, 라이온, 퓨마펀드를 거느리고 있는
타이거매니지먼트는 이 기간중 주식투자에서 20억달러를 날렸다.

그결과 이 세계양대펀드의 순자산 합계는 현재 1백80억달러로 1년전에 비해
50억달러나 줄었다.

양대 헤지펀드가 이렇게 죽을 쑤고 있는 탓에 헤지펀드업계 전체의 투자
수익률도 말이 아니다.

수익률이 미국주가상승률의 반의 반정도밖에 안된다.

헤지펀드시장 조사업체인 MAR 헤지에 따르면 3백54억달러의 자산을 운용중
인 62개 주요 헤지펀드들의 올해 첫 4개월간 투자수익률은 2.5%에 불과했다.

이 기간중 미국 S&P주가지수 상승률에 9%를 크게 못미친다.

작년 한해도 이들 주요 헤지펀드 수익률은 3.7%로 26.7%의 S&P주가지수
상승률을 훨씬 밑돌았다.

지난 97년 국제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는 헤지펀드업계의 연평균 수익률이
30%를 넘는게 예사였다.

그때와 비교하면 헤지펀드는 "몰락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수익률이 저조하자 헤지펀드가입자들은 투자자금을 대거 회수하고 있다.

지난 11일 타이거매니지먼트의 가입자들은 30억달러의 자금을 회수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타이거의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1백30포인트나 떨어졌다.

타이거측은 위기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여진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헤지펀드업계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무리한 투자와
국제금융시장의 환경변화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우선 펀드매니저들의 과욕이 투자실패의 최대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또 많은 나라들이 고정환율제를 버리고 변동환율제를 도입하고 있는 국제
금융환경의 변화도 헤지펀드의 설땅을 좁히고 있다.

고정환율제는 헤지펀드의 좋은 사냥감이다.

어떤 나라의 고정된 통화가치와 경제사정간에 괴리가 있다고 판단되면
헤지펀드는 여지없이 이 통화를 공격했다.

지난 97년 태국바트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헤지펀드는 국제금융시장의 교란세력이다.

잘 나가도 문제고 못나가도 문제다.

지난 92년 퀀텀펀드는 영국 파운드화 공략에 성공, 며칠 사이에 20억달러를
벌었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의 희생은 컸다.

파운드화와 이탈리아 리라화가 유럽환율메카니즘(EMS)에서 이탈하는 등
유럽외환시장은 큰 홍역을 치뤘다.

이에반해 작년 9월 미국의 주요헤지펀드인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는
러시아국채투자 실패로 자산의 절반이상을 잃고 도산직전까지 몰렸다.

FRB 주도로 14개 은행과 증권사들이 3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한 덕에
롱텀은 기사회생했지만 그 여파로 세계증시는 크게 휘청댔다.

이번에는 롱텀보다 규모가 훨씬 큰 타이거매니지먼트의 위기설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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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 헤지펀드란

헤지펀드는 전형적인 단기투기자본이다.

따라서 국제핫머니와 헤지펀드는 동의어로 쓰인다.

1백만-5백만달러의 거액을 최소단위로 해 개인과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사모한다.

투자내역도 비밀에 싸여 있다.

이때문에 소액을 공모해 투자내역을 공개하는 뮤추얼펀드와 구분된다.

세계적으로 3천여개의 헤지펀드가 있으며 순자산총액은 작년말현재 3천억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보통 3-5%의 증거금만을 내고 투자하는 까닭에 실제 투자액은
6조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수익을 찾아다니는 헤지펀드의 투자대상은 통화 주식 파생금융상품 등
모든 금융상품이다.

최근엔 1차상품도 주요 투자대상이 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