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소사이어티가 1년여만에 개최한 한국 경제 대토론회에는 월가의
내로라 하는 한국통들이 대거 주제 발표 및 패널리스트로 나선 가운데
영향력있는 투자가들이 방청석에도 대거 자리했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에 큰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경제의 저력을 평가하면서도 약간의 성취가
자만으로 이어지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특히 지금까지는 정부가 주도하는 제도적인 개혁이 있었을 뿐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각론적인 구조 조정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톰 번 무디스 부사장 =지난 1년 사이에 한국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페이스로 경기를 회복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GDP(국내총생산) 공업생산 도소매 등 상당수 지표들이 거의 정상 수준을
되찾았다.

물론 기업 투자 등 아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부문들도 적지 않다.

최근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 적격 수준으로 올린 것은
외환 보유고를 비롯한 주요 지표들이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회복됐기 때문
이다.

한국의 향후 경제 추이를 관찰하는데 있어서 무디스가 주시하는 포인트는
외환 보유고 외에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구조 조정 여부다.

현 단계에서 말한다면 외환 보유고를 빼놓고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기업들의 부채 비율은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에 비해 몇 배 이상 높은
수준이며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기업들 보다도 현저히 높다.

부채 비율을 2백% 이내로 축소하겠다지만 그 정도로 재무 개선을 이뤄냈다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중증의 비만증 환자가 콜레스테롤 수치가 조금 떨어진 것을 두고
건강을 회복했다고 떠벌리는 것과 다를게 없다.

금융 부문도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특히 부실 자산 비율은 중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의 수준보다 나을게 없는
형편이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가 앞으로도 건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인가 여부는
기업 및 금융기관들의 구조 조정이 얼마나 내실있게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의 구조 개혁 작업은 이제부터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 월터 보프 모건 스탠리 부회장 =한국통신이 최근 뉴욕 증시에서 월가
투자자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주식을 상장한 것은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추진해 온 경제 개혁 작업의 결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한국통신이 이번에 뉴욕에 상장한 주식의 싯가 총액은 한국전력의 4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일본을 제외하고는 아시아 기업들중 단연 최대 규모다.

주당 27.56달러에 시작한 주가가 상장 직후 30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치솟은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월가 투자자들의 신인도가 그만큼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기세 당당하게 국제 자본시장에 복귀한 것이다.

<> 데이비드 전 베어 스턴스 이사 =한국 경제가 예상을 뒤엎고 눈부신
회복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김대중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은 개혁 추진과
금리의 가속적인 하락 등에 힘입은 덕분이다.

증권시장이 외환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활황을 되찾은 것은 국제 상품시세
의 하락 등 외부 환경의 호전도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외부 조건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현재 한국이 누리고 있는 경기 회복은 단기, 기껏해야 중기적 효과에 의한
것일 뿐이다.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도 회복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의 열쇠는
기업들의 구조 조정에 달려 있다.

세계 경제가 한국의 변화를 마냥 기다려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은 진정한 시장 경제로의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에 시급한 것중의 하나가 채권 유통시장의 육성이라고 본다.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가 유통시장에서 서로 다른 금리로 매매된다면
우량 기업들은 그만큼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고,경영 성적이 나쁜 기업들은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굳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모든 기업들이 경영 개선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 존 리 코리아 펀드 매니저 =김대중 정부의 경제 개혁 드라이브는 선뜻
믿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결실을 맺고 있다.

총 운영 규모가 8억달러에 달하는 코리아 펀드의 경우가 그 실례다.

외환 위기를 맞았던 97년 당시 코리아 펀드는 최악의 손실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 성적으로 반전됐다.

한국 정부의 확고한 개혁 의지는 이미 국제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최근의 경기 회복이 반 개혁세력들에게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 주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실물 부문, 특히 5대 그룹들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구조 개혁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칼 아담스 메릴 린치 글로벌 실장 =개혁의 요체는 결국 투명성의 확보다.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시장은 잘못된 정보에 의해 오도되기 쉽고
이는 경제 전반의 혼돈으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외환 위기의 최악 국면을 떨쳐낸 한국에 남은 과제는 투명성에
초점을 맞춘 경제 각 분야의 본격적인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 올리버 그리브스 메트 생명 부사장 =한국의 보험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외자 수혈이 필요불가결하다.

유럽이나 미국 수준의 결제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한국 보험업계가 향후
5년동안 필요로 하는 추가 자금 규모는 대략 1백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런 막대한 금액을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외자를 유치할 경우 돈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선진 경영 기법까지 동시에
습득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은 보다 열린 마음으로 외국 자본을 대하는 자세를 길러 나가야 할
것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