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차관급 인사에서 해외출장중인 윤원배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을 전격 교체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국제회의에 정부대표로 파견해놓고 경질한데다 사표도 팩스로 받아 모양새가
좋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가 경질될 것을 알았더라면 출장길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바꿔야 했다면 귀국뒤에 처리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했다.

그가 참석한 국제회의는 포루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증권위원회기구
(IOSCO).

무려 94개 회원국 증권감독기관 대표들이 참석하는 큰 규모다.

불행중 다행으로 윤 전 부위원장은 경질소식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회의를
마쳤다.

하지만 28일 미국 뉴욕의 코리아소사이어티 컨퍼런스에 참석, 기조연설을
하려던 계획은 취소했다.

김종창 금감위 상임위원과 김영재 대변인이 급히 대신 떠났다.

물론 과거에도 이런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홍재형 전 재무부장관은 지난 94년 해외출장중 부총리에 임명돼 급거 귀국
했다.

당시는 승진이어서 본인은 웃으면서 돌아왔다.

경질된 윤 전 부위원장이 현지에서 어떤 심정이었을 지는 대강 짐작이 간다.

왜 경질됐는지도 의문이지만 그건 다음 문제라고 치자.

당사자나 행사 주최국 입장에선 황당하기 그지 없었을 것이다.

인사가 임명권자의 고유권한이라지만 절차나 모양새마저 무시된 것은 물러
나는 사람에겐 여간 뼈아픈 일이 아닐수 없다.

주최국은 모독으로 느낄 수 있고 참가국 대표들에겐 이상한 나라로 비쳐졌을
것이다.

정부 스스로 위신을 깎아내린 셈이다.

모 경제장관은 김영삼 정부시절 공무수행중이던 차안에서 총리전화를 받고
경질된다는 것을 알고 지금도 김 전대통령에게 섭섭한 감정을 갖고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떠나는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는 모양
이다.

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체제이후 글로벌 스탠더드를 수없이 강조해왔다.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국제규범과 관례를 지켜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제관례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

무조건 국제관례에 따르는게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국제회의 참가중인 정부대표를 갈아치우는 행위는 어느나라
"스탠더드"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