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입장은 삼성의 자동차 사업을 주도한 이건희
회장이 부채 일부를 사재로 해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런 정서는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삼성에 전달됐다.

채권단 일부에서도 이 회장과 삼성그룹을 보고 자금을 신용대출해준 만큼
이 회장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이 "사실상의 이사"로서 역할을 했다는 논리다.

이같은 입장에 의거해 정부는 삼성과의 막후 교섭을 통해 이 회장이 경영
책임을 지고 수천억원의 사재를 털어 부채를 상환하라는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태다.

대기업 총수의 책임을 확실히 묻겠다는 자세다.

이와관련,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주식
일부를 내놓는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주식은 삼성화재,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증권 등 5백40여만주로 21일 종가기준 3천38억원이다.

이 주식 매각대금을 포함해 5천억원 가량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경론도
정부와 채권단 일부에서 일고 있다.

금감위의 또다른 관계자는 "부실기업 정리시 오너와 채권단이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이 회장의
사재 출연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이지 않느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사재 출연은 대기업 총수가 출자지분을 뛰어넘는 경영전권을 그동안 행사해
왔다는 점에서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주식회사 제도의 유한책임론도 따라서 사재출연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위는 다만 총수의 사재 출연은 경영 책임이 명확한 경우에 한해서만
적용될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사례가 확산되지 않을까라는 재계의 우려는
기우라는 입장을 밝혔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