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 회장과 구본무 LG회장이 17일 회동, 반도체 가격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인다.

삼성과 대우도 이달내에 주식양수도계약 체결을 마치기 위해 평가기관을
바꿨다.

이에 따라 26일께로 예정된 정.재계간담회 이전에 "핵심 빅딜"들이 속속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 회장은 16일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17일) 중 구본무 LG회장
과 만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 협상과 관련, "뜻이 맞는다면 잘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총수간
"가격 담판"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LG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현대나 정부측으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만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재계는 두 회장이 직접 나서는 만큼 실무진들이 해결짓지 못한 LG반도체
인수가격 문제가 이 자리에서 가닥을 잡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등 정부 각료들이 중재에 나설 경우 "극적
타협"도 가능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빅딜 협상의 경우도 속도가 빨라지기는 마찬가지다.

삼성과 대우는 지난달 22일 합의 대로 이달말까지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평가기관까지 바꿨다.

두 그룹은 기존 평가기관인 딜로이트투시토마츠(DTT)가 아닌 세동회계법인이
약식 실사 및 평가를 실시해 인수 중재안을 마련한다는 데 합의했다.

세동측은 이미 실사에 돌입한 상태로 빠르면 다음주 중으로 삼성자동차
평가금액 등을 담은 중재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경우 자동차 빅딜은 두 그룹이 세동의 중재안을 수용하면 사실상
매듭되는 셈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빅딜이 막판 피치를 올리고 있는 것은 이들 업종이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빅딜" 중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들은 정부가 최근 연일 "5대그룹"을 압박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들 빅딜이 부진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모그룹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대.내외적인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의 고충을 기업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협상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계 일각에선 그러나 총수들이 나선다고 해도 많게는 조단위까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가격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정몽헌 회장은 이날 인수가격차가 수천억원대로 좁혀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우리에겐 수천억원도 큰 돈이다"고 말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LG 관계자도 "이미 양보할 만큼 했다"며 "현대가 합리적인 제안을 하지
않으면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양측 합의에 따라 세동이 새로운 평가기관으로 선정됐지만 세동의 중재안은
한쪽이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을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가격문제는 수많은 네고가 필요한 만큼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면서도 "관련 그룹들이 국민 경제를 생각하는 정신으로 묘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26일께로 예정된 정.재계 간담회 이전에는 공기업인 한국중공업과
관련된 발전설비 선박용엔진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 빅딜은 대부분 매듭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