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대출관행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우량 대출처를 확보키 위해 대출에 마케팅 개념을 도입하는가 하면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는 반드시 사업장을 방문토록 한 은행도 생겨났다.

또 대출건별로 심사하던 데서 기업별 신용등급에 따라 총신용한도를 정해
한도내에서는 자율적으로 대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와함께 거의 모든 은행에서 대출 심사때 은행장 등 경영진이 원천적으로
개입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8단계의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했다.

영업점장->심사역->심사부장->본부장->전무이사->여신심사위원회->은행장->
상임이사회의 결재라인을 거쳐야 비로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과거 대부분의 은행들은 이같은 여신결정체계를 갖고 있었다.

상명하달식의 이같은 여신심사체계는 자연스레 아랫사람의 의사보다는
윗사람의 의지가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쉽게말해 여신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직원이 아무리 대출이 곤란하다고
말해도 윗사람이 결정을 내리면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권의 압력이 통할 수 밖에 없고 대출비리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여신결정 구조가 최근 영업점->심사역->심사팀(또는 심사역협의회)
->여신심의위원회->상임이사회로 간소화됐다.

조흥 신한은행을 비롯한 대다수 은행에서 결정구조를 4단계 안팎으로
줄였다.

대신 심사역 자질을 전문화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과 책임을 명확히 했다.

자기 책임아래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잘못된 대출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한 것이다.

한빛은행은 한국신용평가정보 등과 협력해 신용평가등급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 은행은 기업신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하면 담보대출 중심의 여신관행을 신용대출 위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미래 채무상환능력에 따라 대출여부와 한도를 결정함으로써 은행 건전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한 한미 광주은행은 부분적으로 도입한 상태다.

이와함께 대출후 사후 관리도 강화되는 추세다.

여신기업을 사후 관리하기 위한 전담부서(Loan Review)제 도입이 관행화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흥은행은 론 리뷰제를 통해 부실여신 발생 소지를 줄이고 부실여신
발생때는 신속한 채권보전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자산규모 70억원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은행이 신용관리는 물론 경영
컨설팅까지 담당하는 키 뱅크(Key Bank) 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의 경우는 영업및 대출기능과 위험관리기능을 완전 분리했다.

아울러 여신업무에 우수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직군화하고 우대
하는 방안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유지홍 금융감독원 여신관행혁신팀장은 14일 열린 여신관행혁신 워크숍에서
"각 은행들은 지난 1년동안 여신관행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선진 여신심사및 사후관리기법을 적극 벤치마킹해서라도 잘못된
것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 김수언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