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랭킹 4위인 제일생명의 해외 매각 추진은 우선 생명보험산업 2차 구조
조정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또 삼성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정부주도의 구조조정과 아울러 한국보험시장의 판도변화를 가져올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는 얘기다.

이같은 관측은 제일생명이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에서 나온다.

제일생명은 올1월말 현재 3조8천5백억원의 총자산을 갖고 있어 업계 4위에
랭크돼 있다.

총보유계약고는 25조8천3백22억원으로 4.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98사업연도들어 올1월까지의 수입보험료는 1조3천9백54억원이다.

전국에 1만2천여명의 설계사 조직을 거느리는 등 비교적 탄탄한 영업망도
갖춰 놓고 있다.

삼성 교보 대한 등 이른바 생보 빅3에는 못 미치지만 45년의 역사가 말해
주듯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했다고 평가받아 왔다.

98사업연도들어 작년 12월까지 사업비부문에서만 67억원의 흑자를 내는 등
수익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초대형 자본에다 선진기법으로 무장한 외국사가 이같은 제일생명을 인수할
경우 삼성 교보 등 대형사마저 전열을 가다듬지 않고선 시장 고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대한생명의 경영권이 넘어갈 마당에 제일생명마저 재무장해 시장개척에
나선다면 시장상황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력후보중의 하나인 독일계 알리안츠는 지난해 프랑스 AGF를 인수
합병하면서 유럽 최대보험사로 발돋움한 초대형 보험그룹이다.

디크만 알리안츠 싱가포르 대표는 한국보험시장에 대해 "일본 대만과 함께
성숙단계에 들어갔다"고 평가하면서 상당한 관심을 보인 적이 있다.

선진보험기법이 시장공략에 주효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제일생명의 경영권 매각은 대주주의 상황변화에서 비롯됐다.

이 회사는 10.19%의 지분을 갖고 있는 조양상선을 비롯 관계사인
삼익종합운수가 28.37%, 박남규 조양상선 회장을 비롯한 가족이 46%의
주식을 갖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후 모기업인 조양상선을 비롯한 계열사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제일생명을 매각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제일생명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건실한 재무구조를 유도하기 위해
지급여력기준을 강화하는데 따라 외자유치를 통한 자구 노력을 진행해 왔다"
고 말했다.

바꿔 말해 제일생명은 계약자 보호를 위해서도 외부수혈이 필요했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제일생명 계약자들은 동요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외매각이 성사될 경우 제일생명은 추가 자본 유입에 따라 더 튼튼한
보험사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생명과 국민생명 인수를 둘러싼 물밑 협상을 수면위로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이란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생보사의 해외매각에 하나의 벤치마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송재조 기자 songj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