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면서 보니 어느 집 담장 위로 노란 산수유 꽃이 눈부시다.

마지막 칙칙하게 남아 있는 겨울의 잔해를 밀어내고 수줍게 봄이 웃고
있었다.

어느 새 봄인가.

봄은 희망, 생명 등 긍정적 수사가 붙는 좋은 계절이지만, 황사라는 불청객
이 찾아와 사람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중국 대륙의 황토먼지인 황사에는 요즘 중국 공장지대의 오염된 먼지가
섞여 더 해롭다는 말도 들린다.

우리 나라를 거쳐 멀리 북태평양까지 날아간다고 하니 황사의 세력 범위는
가히 세계적이다.

이처럼 환경문제는 한 지역이나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지구적 현안이다.

환경문제는 산업화의 후유증이다.

우리가 지난 60,7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산업화를 열망하는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환경보호는 언제나 개발의 뒷전으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하나 뿐인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환경보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고
전 지구적인 환경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환경감시 시스템 구축에는 엄청난 돈이 든다.

독일의 베를린 등 일부 도시에서는 시내 곳곳에 원격측정장비를 설치하여
환경정보를 수집하고 있는데, 수십억 마르크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국민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다.

환경교육은 참여를 통한 체험학습이 효과적이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보통이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바로 인터넷에 그 해답이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극히 적은 비용으로 빠른 시간 내에 전 지구를 망라하는
환경감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효과적인 환경교육을 실시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한 환경감시 및 교육 프로그램들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미국과학재단 지원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사에서 운영하는 "NGS Kids
Network"이나 미국의 앨 고어 부통령이 제창한 "GLOBE"를 비롯 "제이슨
프로젝트" "GIS 프로젝트" 등 형태도 다양하다.

이 사업들은 대부분 아동들의 환경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그 과정
에서 환경감시에 필요한 막대한 정보도 축적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예를 들면 참여 학생들에게 자기 집 근처의 물이나 대기, 토양 등 환경자료
를 측정.수집하여 인터넷에 올리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거대한 환경지도를
만든다.

GIS 프로젝트에서는 위성으로 정확한 위치를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참여자들은 또 지역사회의 환경오염을 감소시킬 수 있는 해결방안을 모색
하고 그 효과를 평가하여 다시 인터넷에 환류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참여자와 인터넷 이용자들은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게 된다.

환경보호에 필요한 자료수집과 참여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 GLOBE나 NGS Kids Network에는 미국 외에도 여러 나라가 동참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15개 과학고교가 GLOBE에 참여중이다.

환경에 대한 좋은 체험교육이라는 점에서 초등학교까지 확산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이 아니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얼룩진 지구를 지키는 일에 정보화가 이용되고 있다.

엄청난 힘을 가진 인터넷, 그 무한한 힘은 우리의 이용을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환경감시와 교육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우리도 이런
노력을 꾸준히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몇 년 후에는 더욱 맑아진 공기 속에서 한층 화사한 산수유 꽃의
미소로 봄을 맞게 되지 않을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