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의 원유 감산은 막 기지개를 켜려는 한국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지속할 경우 국제수지와 물가에 예상치 못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역시 무역수지다.

한국은 연간 8억7천만배럴의 원유를 중동 등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배럴당 유가가 1달러 오르면 8억7천만달러의 적자요인이 발생한다.

지난 1월중 배럴당 10(두바이산)-13달러(서부텍사스산)선에서 움직이던
국제유가가 최근 2달러 정도 오른 것을 감안하면 이미 17억달러 가량의
적자요인이 생긴 것.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이 하루 2백만배럴을 추가 감산
하면 유가는 최고 20달러선까지 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은 연간 87억달러의 "적자요인"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당연히 금년중 2백50억달러 무역수지 흑자목표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물가불안도 걱정거리다.

이미 국내 정유사들은 내달부터 휘발유 등 석유값을 소폭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15달러(두바이산 기준)를 넘어서면 정유사들은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백원 정도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리터당 1천1백원대인 휘발유값이 1천2백원대로 뛰는건 시간 문제인
셈이다.

더 심각한 건 석유값 상승이 모든 공산품과 서비스 가격의 인상을 부추기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점.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0.1-0.2%
정도 상승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초에 비해 이미 2달러가 올랐기 때문에 물가는 0.2-0.4% 상승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금년중 소비자물가를 3%선에서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계획은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이처럼 국제수지 흑자에 구멍이 뚫리고 물가가 불안해지면 경제회복에
걸림돌이 되는건 당연하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산유국들의 원유감산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은
국제수지와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경제운용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원유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동향을 주시하며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원유 감산에 따른 유가상승을 흡수할 만한 뾰족한 완충장치가 거의
없어 고심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국제유가의 상승은 어쩔
수 없는 경제부담으로 떠안을 수 밖에 없다"며 "에너지 소비절약 외엔 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산유국의 감산으로 인해 한국경제가 입을 "피해 정도"는 국제유가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이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