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중동에 파견됐던 "열사의 영웅"들은 뜨거운 사막기후 말고도 문화의
차이 때문에 무척 곤혹스러웠다고 한다.

이슬람 계율상 술을 마시는게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 한잔 생각이 정 간절
하면 밥이나 과일에 이스트를 넣어 발효시킨 "밀주"로 몰래 향수를 달래야
했다고 한다.

여성들은 외출할 때 외간남자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도록 베일을 써야 하고,
우상숭배로 이어질 수 있는 인물의 사진은 보는 것 조차 금지됐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그런 나라의 하나이다.

그런 사우디가 최근 국민들에게 그동안 금지해온 인터넷을 허용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유는 "인터넷 시대에 더 이상 뒤떨어질 수 없어서"라고 한다.

처음에는 인터넷을 통해 유입될 반(반)이슬람문화에 대한 걱정이 컸으리라
짐작된다.

종교계율이 국민의 의식을 지배하는 중동국가 입장에서 보면 인터넷에
흐르는 정보 중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해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정보통신부에 해당하는 국가기관
을 통해서만 연결되도록 했다.

"정치.종교적으로 부적절한 내용"은 접속이 차단된다고 한다.

중국도 처음에는 서방의 선진 과학기술정보 입수를 위해 과학기술자들에게
인터넷을 허용했는데 과학기술정보 외에 자유주의 사상이 흘러 들어와 고민
했다고 한다.

지금은 인터넷을 전면 개방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우디나 중국이 이처럼 국내사정을 무릅쓰고 인터넷을 개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은 세계적 대세이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물결을 외면하고 발전을 약속받을 수 있는 개인과 기업과 국가는
없다.

선진국들은 고속 인터넷망 확충과 이용확산에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인터넷에 대한 집착은 눈여겨 볼만하다.

미국은 클린턴 정부 들어 정보화에 집중 투자한 결과 6년동안 1천7백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28년만에 최저 실업률을 달성했다.

이제 또 다시 초고속 인터넷망의 구축에 미국의 미래를 걸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과 연구소 등을 기존 전화모뎀보다 4만5천배나 빠른 광케이블
로 연결하는 "인터넷 2"를 이용해 원격수술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일반인들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1백배 내지 1천배 빠른 "차세대 인터넷"을
2002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도 이런 물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2년까지의 정보화
비전인 "사이버 코리아 21"을 마련했다.

지금보다 1백배 빠른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을 고도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의 생산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정보화를 추진하며, 인터넷
을 기반으로 하는 신산업을 육성해 1백만개의 새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
이다.

문득 마음속에 한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

과연 북한은 이런 물결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금 북한은 주민들에게 인터넷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통신망 등 정보인프라가 낙후돼 있는 것도 문제일게다.

같은 민족으로서,이들도 빨리 문을 열고 변화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정보통신부 장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