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떠들썩할 정도로 큰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약방의 감초격으로
보험관련 이야기가 끼어든다.

피해자들의 보험가입 현황이 집계되는가 하면 보험사들은 이들에게 약관에
관계없이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하겠노라 나선다.

마치 큰 선심을 쓰는 양.

그러나 앞으론 배가 침몰하거나 비행기가 떨어지는 바람에 승객의 생사가
분명치 않은 참사가 일어나면 사망보험금 지급시기가 즉시 이뤄지게 됐다.

또 보험기간중 당한 사고로 인해 얻게 된 질병도 계약효력이 끝난 다음 1년
동안에만 그 증상이 나타나면 보험금을 받아 큰 부담없이 병을 고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같은 약관 개정은 그동안 계약자들에 의해 제기된 민원이나 분쟁사례중
고쳐야 한다고 판단된 사항을 고객위주로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올 2월부터 보험표준 약관이 이처럼 소비자위주로 바꿔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약관 개정은 신규 계약자는 물론 이미 보험에 든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보험에 가입하는 단계에서 부터 불의의 사고를 당해 보험혜택을 받는 상황
에 이르기 까지 소비자와 직접 관련있는 부문을 현실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험약관은 보험사 가입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기본약속을 총정리해 모아놓은
것이다.

그만큼 약관 개정은 보험 가입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이다.

보험 "헌법"이 바로 약관인 것이다.

보험계약자들이 알아야할 새로운 약관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불이익 없이 계약 취소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보험민원의 상당수가 계약체결단계에서 비롯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험사들도 "고객만족"이라는 거창한 구호까지 들먹이며 완전판매를 외치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게 소비자들의 불만이었다.

이를 감안해 부실모집에 대한 보험사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약관이 고쳐
졌다.

계약자가 든 보험이 맘에 들지 않아 취소할 수 있는 이유를 넓힌 것이다.

지금까진 청약 후 3개월 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사유로 약관을 주지
않았거나 중요내용을 설명하지 않았을 경우로 한정했었다.

이달부턴 청약서 부본을 건네받지 못했거나 자필로 서명하지 않았을 경우
에도 계약취소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납입보험료 전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중도해약방지를 위한 통보제도가 강화됐다.

계약자가 제때 보험료를 내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보험사는 보험료 납입
유예제도를 두고 있다.

보험료를 내야할 달 익월말까지를 납입최고 기간으로 정해둔 것.

만약 2월달 납부보험료를 연체해도 3월말까지만 이를 내면 보험혜택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사는 3월15일까지 계약자에게 말일까지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보험가입이 해지된다는 점을 반드시 통보하도록 했다.

또 통지방식을 서면 또는 전화(육성녹음)를 이용토록 해 분쟁 발생시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게 했다.

<>대형사고로 인한 사망보험금 지급시기를 앞당겼다.

선박침몰.항공기추락.수재사고때 시신 확인이 안 됐을 경우 보험금 지급
시기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동안은 민법의 특별실종기간을 적용, 1년뒤 사망으로 인정했으나 앞으로는
사고발생시점에 사망한 것으로 보게 됐다.

따라서 유족들은 사고발생과 함께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1년동안
실종선고를 기다리는 동안 보험기간 종료나 중도실효 등에 따라 보험금을
받을 수 없게 되던 불이익도 없어지게 됐다.

<>재해사고 보장기간이 1년으로 길어졌다.

보험기간중 발생한 재해사고에 대해선 계약이 끝난 후 1년까지로 보장해
준다.

예컨데 2월 1일 사고를 당했으나 실제 장해는 2월20일 발생했다.

그런데 보험계약은 2월 10일 끝났다.

이 경우에도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진 그 기간이 6개월이었으나 1일부턴 1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또 재해일로부터 1백80일이 되는 날 의사의 진단에 기초한 장애등급을
그동안은 그대로 적용했으나 앞으로는 보장기간중 장애상태가 악화되는 경우
추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위험직종 종사자에 대한 보장 폭도 넓어졌다.

요즘은 많이 완화됐지만 광부 등 위험직종 종사자들은 보험 가입에도
푸대접을 받고 있는 사실이다.

이들 위험직종에 대해 보험가입한도를 제한하는 보험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직종 종사자들이 가입한도를 모르고 보험에 든 다음 1회보험료
를 낸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을 땐 적지않은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직업상 최고 1천만원짜리 보험에 들 수 있는 사람이 5천만원짜리를 가입
했다가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고 생각해보자.

지금까지 이 가입자에 대해선 1천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계약전 고지의무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달부턴 당초 가입금액 전액인 5천만원을 유족들은 받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이같은 사례도 보험료 납부이후 이루어진 보험사의 계약심사결과
이전에 생긴 사고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위험직종 종사자의 계약은 대부분 보험사 심사결과 가입한도가 넘어선
것으로 판명되면 가입금액을 다시 내리는 등 계약조건을 바꾸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 송재조 기자 songj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