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LG의 전격 양보로 반도체 경영권 협상이 사실상 타결됨에 따라
이제 "빅딜"을 매듭짓는 공은 정부와 금융권으로 넘어갔다는 입장이다.

기업구조조정의 기본틀이 갖춰진 만큼 그동안 미뤄 왔던 금융.세제적
지원을 조속히 실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7개업종 사업구조조정과 관련된 모업체 관계자는 "반도체의 완전 타결이
나머지 업종에 대한 지원의 전제조건이었다"며 "정부가 이제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재계는 우선 구조조정특별법의 형태나 개별법 개정의 방법으로 기업구조
조정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를 완비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기업간 협상은 끝났지만 현행 제도로는 합병 기업분할 자산양도 등에
걸림돌이 많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워크아웃 신청 기업들이 계열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퇴출을 신속히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절차)을
갖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 철차 유화 정유 업종 관련 일부 업체들은 "통합법인에 대한 출자전환
등 금융지원 규모를 보다 전향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금융권이 지원규모를 최소화하기로 한 이후 외자유치 협상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장기적으론 시장압력에 의해 자연스런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대기업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중복.과잉업종으로 지정한 산업들이 대부분 정비된 만큼 앞으로는
기업이 경쟁력제고를 위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유인장치를 마련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간 사업교환을 빼고는 5대그룹간
구조조정 협상이 사실상 끝난 것"이라며 "반년 가까이 끌어온 빅딜 협상이
어떤 결과를 낳느냐는 이제 정부가 얼마나 구조조정을 지원해 주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 부담이 늘어난다면 효과가 반감할 것"이라며
"국가신인도 제고와 직결된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특혜시비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재계는 제도정비와 금융지원을 요청하면서도 이제 더 이상의 추가 "빅딜"
논의는 없기를 바라는 눈치다.

모 그룹 관계자는 "아무리 기업자율이라고 했지만 제도나 시장질서에 의한
구조조정은 아니었다"며 "정부가 경직된 태도를 버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하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분기별로 주채권은행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점검하고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을 때 제재를 가하는 구조에선 기업들이 정상적인 영업
활동에 신경을 쓸 틈이 없다는 지적이다.

유한수 전경련 전무는 "기업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 정부는 경제성과를
얻기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제도와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이미 결정된 것이라도 마주앉아 미조정을 해가는 협조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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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조정제도개선 관련 재계 요구사항 ]

<> 기업합병
- 피합병법인 이월결손금 승계허용
- 피합병법인 계열사간 상호지보 조기해소
- 기업결합 제한 요건 완화(시장점유율 중심의 제한 기준을 실질적 시장
지배력 기준으로 변경)

<> 영업양도 및 자산매각
- 양도법인의 특별부가세 감면
- 법인세 감면 허용
- 토지공사로부터 분양받은 토지 중도해약허용

<> 기업분할
- 기업의 정체성이 유지되는 분할은 특별부가세 감면
- 총발행주식 5분의 1 이하 분할은 주주총회 생략

<> 주식발행
- 무액면주 발행 허용

<> 기업퇴출
- 회사정리 개시신청과 동시에 재산보전처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채무자동동결제도 도입
- 정리기업의 경영진도 공동관리인으로 활용
- 정리절차 신청후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자 채권에 대해서
우선변제권을 보장
- 정리회사 구주 소각비율 신축 적용

<> 기타
- 부채탕감분에 대한 법인세 감면

(자료 :전경련)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