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을 외국금융기관에 파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약속이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또 집어넣는다.

추가출자규모는 은행당 4조-5조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은행 합하면 10조원 안팎에 달한다.

이같은 재정투입은 지나친 국민부담이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재정투입이 필요한 것은 국제적인 까다로운 기준으로 두 은행의 자산을
평가하면 은행당 순자산이 마이너스 4조-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

멀쩡해 보이는 여신도 향후 상환전망 등을 감안한 국제기준을 적용하면
부실자산이 된다.

이런 부실자산 때문에 두 은행의 순자산은 마이너스가 된다.

팔기 위해서는 순자산을 플러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가격이 정해진다.

물론 정확한 공적자금지원규모는 외국투자자가 제일은행이나 서울은행을
다시 정확하게 실사한 후에야 결정된다.

정부는 이미 두 은행에 은행당 1조5천억원을 출자했다.

모두 3조원이다.

부실채권도 제일은행 3조5천6백92억원, 서울은행 2조3천9백10억원어치를
각각 사줬다.

여기에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보여 공적자금을 너무
많이 쏟아붙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게 많은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외국금융기관에 팔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정부도 할 말이 많다.

부실화된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을 외국금융기관에 팔지 않고 국내 우량은행
에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넘기더라도 일정한 일정한 손실을 정부가
부담할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제일 서울은행 처리에는 적잖은 규모의 재정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재정투입자금과 함께 매각지분비율이 마지막까지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현재 두 은행의 정부지분은 93.75%다.

정부는 신주를 발행해 팔든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팔든 최대 51%를
팔겠다는 방침이다.

경영권을 행사할수 있는 범위안에서 최소한의 지분을 투자자에 넘기고
나머지는 갖고 있다가 은행경영상태가 좋아지면 높은 값에 판다는 전략이다.

그래야 투입한 자금을 건질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미래의 잠재이익이다.

외국투자자 경영으로 두 은행이 좋아지면 주가가 올라 보유지분을 매각,
투입한 규모이상을 회수할수 있다는 것이다.

매각지분비율 등이 민감한 사안이어서인지 매각결정은 진통을 겪고 있다.

매각후 발생될 부실에 대한 손실분담비율 등을 포함한 최종 가격을 놓고
정부와 투자자간에 쉽게 결말을 짓지 못했다.

부처간에도 생각이 다소 달랐다.

재정경제부가 좀더 신중했다.

보수적이었다.

연내에 매각하기 위해 투자자가 내민 까다로운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재경부 의견에 동조하면서도 매각을 성사시키는데 좀더
애착을 보였다.

두 은행중 하나만 팔린후 남게 되는 은행도 문제거리다.

인원 점포 자산구성면에서 제일은행이 서울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가가 있다.

안 팔린 은행에 대한 추가매각작업은 쉽지 않다.

금감위는 이런 사정 때문에 미국계인 뉴브리지컨소시엄과 영국계인 HSBC가
두 은행을 동시에 매입해 주길 간절히 기대해 왔다.

<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