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에서 무정전전원장치를 생산하는 해성전기공업(대표 이해춘)은
지난달부터 계획생산을 포기했다.

그동안 매월 평균 5대정도의 전원장치가 팔리는 점을 감안, 이에 맞는
철판과 부품 전선등을 구매해 제조해 왔다.

그러나 평균 판매량이 계속 들쭉날쭉하는 바람에 드디어 계획생산을 중단한
것이다.

이해춘 사장은 "중소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계획생산을 하는 것이
바람직했으나 이젠 주문생산이 오히려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의정부에서 방수제를 생산하는 성진물산화학(대표 강희선)도 이와 비슷하다.

각종 공장의 지붕수리용으로 나가던 방수제 물량이 그동안 한달 평균
3백통 수준이었으나 요즘은 평균수요를 예측할 수 없어 주문생산으로
돌아섰다는 것.

중소기협중앙회는 하반기들어 중소기업 전체생산중 주문생산이 35%선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금형업종을 비롯 전기제품 건자재 등 업종에선 거의 계획생산이
사라져가는 상황이라고 한다.

중소기업들이 주문생산을 선택하게 된 것은 다양한 잇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불필요한 재고를 줄일 수 있다.

계획생산을 해서 판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투입된 비용이 창고속에서
잠자게 된다.

그러나 주문생산은 이런 어려움을 덜수 있게 해준다.

주문생산 바람 덕분에 국내 중소기업의 재고지표는 매출액대비 14% 수준이던
것이 하반기들어선 마이너스 7%로 내려앉았다.

이는 대금결제 방식도 어음위주에서 현금위주로 바꿔 놨다.

건자재를 비롯 금속파이프등 업계의 경우는 드디어 현금을 주지 않고선
물건을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소기업의 상시종업원을 줄이는데도 기여했다.

주문생산을 하면 특정 분야의 전문기술자 이외에는 일시채용 인력으로도
충분히 생산을 해낼 수 있다.

이같이 기업들이 주문생산을 선호하자 이를 위한 경영프로그램도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주문을 받으면 필요한 인력과 비용 구매품목및 물량등을 즉시 계산해 주는
KTT컨설팅(대표 이형우)의 "중소기업 자원관리 시스템" 등이 인기를 누린다.

주문생산이 효율적인 경영방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치구 < 중소기업 전문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