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패로 처리가 늦어진 기아자동차에는 부채를 7조원이나 탕감해
주면서 자율합의한 기업들에 출자전환을 못해 주겠다는건 무슨 논리냐"

"정부가 나서서 외국인들에게 부실업종이니 투자하지 말라고 말리고 있는
격이다"

사업구조조정위원회가 석유화학 항공기 철도차량 등 3개 업종이 낸 경영
개선계획안을 반려한 사실이 알려진 지난 28일 해당업종들이 보인 첫 반응은
이랬다.

"혼자서 할 수 있다는데도 억지로 합치라고 한게 누구냐"는 노골적인 비난
도 적지 않았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재계가 제출한 업종별 경영개선계획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다음달 1일 일본 도쿄에서 대규모로 전개되는 일본자금유치
활동에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재계는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더 강도높은 수정계획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통합을 추진해온 각 업종별 관계자들은 일요일인 29일에도 더 "강도높은
구조조정안"을 짜내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재계 관계자는 "수정계획안을 마련하는데 재계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정부의 압박 수위가 갑자기 높아진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 석유화학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은 4개업종 가운데 최악의
평가점을 받은데다 통합구조조정 자체가 의미없다는 잠정 판정을 받아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양사는 그러나 "아직 최종결론이 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아직
회계법인 및 컨설팅기관의 실사도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섣불리
"빅딜 백지화"를 거론할 단계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15억달러 내외의 일본 자본유치협상을 진행해온 양사는 사업구조조정위의
첫평가가 외자유치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양사는 <>대산 단지 일부 설비 해외 매각 <>국내 유화사의 지분참여 및
전략적 제휴 <>일본 외 해외자본 유치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수정안을 작성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추진팀의 한 관계자는 "철차 항공 등이 사업부문간 통합인데 비해
유화는 거대회사간에 이뤄지는 만큼 같은 잣대로 놓고 보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합을 하게 되면 아시아 최대 업체가 돼 아시아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하게 된다"며 "일본 자본이 참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 항공기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 등 3사는 사업구조조정위가
항공산업을 다른 구조조정대상업종과 획일적으로 동일시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 발주 물량이 50~60%인 방위산업에서 사업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했다.

외자유치의 경우도 방위산업을 외국업체에 내줄 수 없는데다 설사 지분을
유치한다고 해도 단일법인이 출범한 이후에야 구체화될 수 있는 일이라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회사 임원은 "정부가 항공산업의 구조조정이 잘됐다는 평가를 한데다
이미 사장까지 선임했는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했다.

항공업계는 <>모그룹의 손실분담 확대 <>외자유치 계획 공개 <>향후 사업성
에 대한 정밀 분석 <>인원 및 설비 정리 계획 등을 담은 수정계획서를
마련해 정부.금융권을 설득키로 했다.

<> 철도차량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한진중공업 등 3사는 단일법인 설립 후
인력 10% 감축 입장을 공표해왔으나 사업구조조정위 지적에 따라 조기 인력
조정에 착수키로 했다.

이들 업체는 그러나 일부 생산설비 감축 요구에 대해서는 당혹스런 표정
이다.

생산규모가 수요의 배에 이르는 만큼 설비 감축이 불가피하지만 어느
기업도 적잖은 돈을 들여 투자한 설비를 줄이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모업체 관계자는 "수출물량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과잉여부를 속단할 일이
아니다"며 수출전망이 밝다는 사실을 수정계획서에 분석자료와 함께 담기로
했다.

업계는 특히 공공발주 물량을 거의 독점할 단일법인의 장래성에 대해
정부.금융권의 긍정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모 업체 관계자는 "철차의 경우 통합협상에 진통을 겪었던 사실을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기 싫어하는 업체까지 통합하라고 압박해놓고 이제와서 지나치게 간섭할
경우 일부 회사가 독자노선을 걸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 정유 =현대정유는 일단 외자유치를 조건부로 사업구조조정위가 계획안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의 부채출자전환 방침이 뒤늦게 이뤄진 것에 대해 불만도
없지 않다.

애초 10월말까지 절차를 매듭짓고 11월부터 석유시장 성수기를 대비한다는
전략이었으나 사업구조조정위결정이 늦춰져 성수기 시장의 절반을 놓치게
돼 한화에너지 정유부문 인수후 경영정상화가 그만큼 지연될 것으로 우려
하는 표정이다.

[ 3개업종에 대한 사업구조조정위원회 평가및 재계 수정계획 ]

<>.항공기

- 평가 : . 사업성 부족
. 세계적 항공사 투자 유치하면 회생가능 판정
- 수정계획 : . 방위산업의 특수성 강조
. 재계 손실부담확대방안 논의
. 강도높은 외자유치 및 사업구조조정안 제출

<>.철도차량

- 평가 : . 사업성 인정
. 과잉설비 해소 방안및 인력감축 부족
- 수정계획 : . 추가인력감축및 수출확대방안을 담은 수정안 마련
. 설비유지하면서 경쟁력확보할수 있는 방안 모색

<>.석유화학

- 평가 : . 통합 무의미
. 각사별로 해결
- 수정계획 : . 구체적인 외자유치및 설비 매각안을 포함시킨 수정안 마련
. 외자유치후 부채상환스케줄 명시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