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체들은 대부분 신약을 자체 개발하기보다는 다국적 제약업체의
신약을 라이선싱하거나 국내 다른 제약사의 인기제품을 모방하는데 주력해
왔다.

IMF체제이후 제약업체들이 겪는 경영난이 특히 심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종근당은 과감한 연구개발투자로 유망 의약품을 국산화해 내수는 물론
수출을 늘리고 있다.

종근당의 영업실적은 IMF한파 이후 더욱 두드러진다.

이 회사는 올들어 10월까지 2천9백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8.3%나 늘어난 규모다.

종근당을 제외한 10대 제약기업의 평균 매출액증가율 6.1%의 8배에 달하는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제약업계 수위로 올라서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종근당의 매출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세파계항생제
중간체인 7-ACA를 비롯 의약품 원료와 완제품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보다 78.3%나 늘어났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환율이 달러당 8백50원만 돼도 외국제품과 경쟁할만한데
지금처럼 환율이 1천3백원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수출이 늘지 않으면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게다가 수출에 따른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도 아니다.

종근당 국제부 수출팀은 올해 수출목표 7천만달러를 초과 달성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요즘 경제개혁의 주요의제가 되고 있는 분사의 조기실천도 종근당의 상승세
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종근당은 전산실을 지난해 4월 시스템통합(SI) 전문업체인 CKD정보통신으로
분리했다.

또 올 10월에는 인터넷업체인 한국하이네트를 인수, CKD정보통신에 통합
시켜 SI와 인터넷을 아우르는 한국하이네트로 출범시켰다.

광고팀은 지난 94년에 이미 광고대행사인 기호기획으로 분사시켰다.

여기서 자체광고는 물론 외주광고도 소화해 내고 있다.

종근당의 강점은 <>꾸준한 연구개발 <>유망치료제의 국산화를 통한 내수
시장의 조기선점 <>발효 합성 정제를 통해 원료및 완제품을 자체생산하는
수직계열화 <>FDA(미식품의약국) 등 국제기준에 맞는 엄격한 생산관리 등에
있다.

종근당은 매출액의 5%, 전체 인력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 72년 설립된 중앙연구소는 발효기술을 중심으로 원천신약및 개량신약
을 속속 개발해 내고 있다.

캄토테신계 항암제인 "CKD-602"를 비롯해 로바스타틴(고지혈증치료제)
오엠피(위궤양치료제) 사이폴-엔(면역억제제)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중 로바스타틴 오엠피 사이폴-엔의 경우엔 물질특허가 만료된 제품을
경제적인 제조공법으로 재빠르게 국산화해 외화유출을 막았다.

특히 오엠피의 경우 원개발자인 스웨덴의 다국적제약회사가 특허분쟁을
일으켜 종근당의 시장진입을 저지하려 했지만 완벽한 기술력으로 종근당이
승소하는 이변을 만들었다.

종근당은 항생제 항결핵제 고지혈증치료제 면역억제제 등 고난도의 발효
정제 노하우와 대규모 생산플랜트가 필요한 제품이 간판제품을 이루고 있다.

지난 67년 국내최초로 원료합성공장을 짓는 등 기초투자가 충실한 이
회사는 플랜트와 그동안에 쌓인 노하우를 합하면 1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내세운다.

특히 이런 생산시설은 까다롭기 짝이 없는 FDA 기준을 충족해 FDA 등록
국내의약품 15개품목중 12개가 종근당 제품이다.

전문치료제외에 펜잘 자황 속청 자황 등의 대중의약품도 히트를 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 95~97년 인력감축을 통해 몸집을 줄였고 간접관리부문에서는
외부인력을 적극 아웃소싱하고 있다.

또 최근 인도 현지법인을 가동한 것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동남아 중남미 시장에 고루 진출하고 있다.

이같은 회사 안팎의 짜임새있는 경영은 IMF 혹한을 두려워 않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