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학은 지난 7월 스위스 노바티스사에 농약사업을 팔았다.

매각대금은 2천억원.

지난해 매출(4천7백60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받았지만 아까워하는
직원이 적지 않았다.

그럴만도 했다.

당시 농약사업의 시장점유율은 17%로 국내 2위였다.

게다가 연 매출의 25%를 지탱하는 비중있는 사업이었다.

이복영 사장은 그러나 결단을 내렸다.

"먼저 팔아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선수를 친 것이다.

손해보지 않고 구조조정작업을 할 수 있었다.

농약사업 매각 건만이 아니다.

그동안 벌여온 구조조정을 훑어보면 독특한 철학과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

이 회사가 사업재구축 작업에 나선 건 96년초.

울며 겨자먹기로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는 일부 기업과는 2년이상의 시차가
나는 셈이다.

장기경영예측과 직무분석 결과 내린 결론은 이랬다.

"주력업종 중심으로 더 집중해야 한다" "잉여인력이 적지 않다"는
두 가지였다.

96년 3월 한불화학을 시작으로 비핵심사업 매각에 나섰다.

한불화학에 갖고 있던 지분 50%를 합작선인 롱프랑에 5백50억원을 받고
팔았다.

헤라우스오리엔탈 지분 40%도 헤라우스사에 넘겼다.

올들어서도 동우반도체와 이양화학의 지분을 합작선이나 관련사에 팔았다.

인원 및 조직 정비작업도 병행했다.

속도조절에는 신경을 썼다.

96년2월부터 명예퇴직 등으로 인원을 서서히 줄여왔다.

당시 2천1백명이었지만 지금은 1천4백명으로 줄었다.

부서통폐합과 전사팀제,연봉제 등 경영혁신조치는 이미 지난해 끝냈다.

성과는 금방 두드러졌다.

이미 상반기 결산에서 당기순익 5백21억5천만원으로 상장업체 중 16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백22%였던 부채비율은 8월말 현재 92%로 떨어졌다.

대기업에 내년까지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낮추도록한 정부의 "가이드
라인"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동양화학이 마치 IMF를 예견한 듯한 경영활동을 벌여온 덴 이유가 있다.

우선 일찍부터 접목해온 선진 경영이 도움이 됐다.

75년부터 합작관계를 맺어온 회사만 봐도 롱프랑 제너럴일렉트릭(GE)
다우케미칼 데구사 도시바 등 굵직한 업체들이다.

동양화학이 이들로 부터 배운 것은 <>전문화 <>핵심역량집중 <>현금흐름
및 수익성 중시 등 경영이었다.

일찍부터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를 보고 익혔던 셈이다.

오너의 경영철학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리는 창업주 이회림 명예회장은 50년대
까지만해도 광산과 시멘트 업체, 은행 등을 여러 사업을 벌였다.

65년이후엔 모두 정리한 뒤 경쟁력있는 업종에 집중하겠다는 원칙을 이어
오고 있다.

이는 비핵심계열사를 파는 와중에서도 96년 롱프랑의 미국 와이오밍
소다회공장을 인수한데서 잘 나타난다.

동양화학은 2년여에 걸친 구조조정 결과 소다회 및 정밀화학 업체로서
이상적인 사업구조를 갖추게 됐다.

30여개 생산품목 중 20개가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는 80%가 이들 품목에서 번다.

소다회는 미국(연 3백50만t)을 합해 연 4백만t 생산능력으로 세계 3위다.

과탄산소다 과산화수소 염화칼슘 접착제원료인 PVA등 주요 품목 대부분이
명실상부한 국내 1위 품목으로 지속적인 수익원이 되고 있다.

남보다 앞서 고통을 참아낸 결과 얻은 포트폴리오인 셈이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