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대북경제협력사업으로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기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북 경협전문가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재계 차원의 남북경협 실무조사가 시작되면 이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남북 경협전문가들은 오랜동안 북측과 접촉하며 협력 사업을 추진해온
이들을 말한다.

대개 북한과 중국 베이징을 오가며 은밀하게 사업을 추진하는게 특징이다.

분단으로 정상적인 대화통로가 막힌 상황에서 이들의 역량에 따라 협력사업
의 성패가 좌우된다.

이들은 중국 베이징 등에서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협)나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측 인사와 수시로 접촉, 북한의 동향 및 경협관련
정보를 취합한다.

또 별도로 관리하는 대북 접촉라인을 통해 협력 사업의사를 타진하고
조건을 협의한다.

현대의 경협합의도 그룹내 북한 경협전문가들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을
좇아 "실력"을 발휘한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는 그동안 북한에서 합영 및 임가공 사업을 하지 않았지만 오래전부터
다양한 접촉 라인을 구축하고 "때"를 기다려 왔다.

이같은 인맥관리는 김윤규 남북경협사업단장(현대건설 사장)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 단장은 지난 89년 전무 시절 정 명예회장을 수행해 북한을 다녀온
경력도 있다.

김 단장은 지난 4월 남북경협사업단장을 맡은 이후 10여차례 이상 북한과
베이징을 오가며 사업추진에 따른 양측간 이견을 무리없이 조율했다.

이익치 현대증권 사장은 이번 대북 경협사업추진과정에서 북측과 자금문제
를 협의하며 정 명예회장의 의중을 북한측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의 또다른 대북 경협전문가로 정재관 현대종합상사 부사장을 꼽을 수
있다.

정 부사장은 실질적인 북한팀장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각종 사업관련 정보를
취합해 왔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초까지 현대의 베이징 주재 중국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남북 경협사업의 타당성 등을 검토했다.

현대가 연말께 북한 연락사무소를 개설할 경우 초대 사무소장으로 부임할
인물로 점처지고 있다.

대우의 대북 경협전문가로 박춘(박춘)상무를 꼽을 수 있다.

지난 92년이후 줄곧 대북 비즈니스를 전담하며 대우의 대북 창구역할을
맡아 왔다.

그는 현재 대우가 북한 남포공단에 합영으로 설립한 민족산업총회사의
부사장을 맡으며 1년중 5개월가량을 북한에 머물고 있다.

북한에 가장 먼저 합영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실무책임자인 만큼
북측의 법.제도 관련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주)대우 물자사업본부장인 오광성 상무도 북한통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김우중 회장을 수행, 북한을 다녀오는 등 물밑에서 대북경협사업을
추진해 왔다.

북한에서 컬러TV 등 전자제품을 임가공하는 LG의 경우 LG상사 김승문
상무와 지역개발팀 장경환 부장이 실질적인 대북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김 상무는 홍콩 법인장과 신사업실을 맡아오며 북한 관련 사업타당성 등을
오랜동안 검토해온 경력이 있다.

8년째 그룹의 대북 경협사업을 전담해온 장 부장은 북측과 다양한 공식,
비공식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에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수석연구원이 대북 경협관련 정보를
모으고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 차원에서 실질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 않아 북한 전문가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중에서도 효원물산의 김영일 사장 등 10여명은 대북 경협
전문가로 꼽힐 정도로 북한비즈니스에 밝다.

이밖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홍지선 북한실장은 84년이후 줄곧
북한 등 특수지역업무를 맡아온 이 분야 전문가로 이름나 있다.

지난 95년 북한에 쌀을 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현재는 북한의
나진 선봉에 무역관을 설립하기 위해 북측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