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이사를 가려고 서두르다 보면 입주할 집을 찾아서 계약을 한 후에
그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다른 집에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러한 경우 당초에 지급한 계약금의 반환과 관련하여 집주인과 계약자간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광명시에 사는 정모씨는 지난 8월 구두로 방 1칸을 임대하기 위하여 집주인
과 전세보증금 500만원, 월세 20만원의 월세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정씨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조로 50만원을 지급했고, 입주는 9월15일에
하기로 집주인과 약정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정씨는 그후 사정이 생겨서 계약한 집에 입주할 수가 없게 되었고,
그래서 집주인에게 이러한 사실을 통보했습니다.

집주인은 부랴부랴 새 입주자를 물색하여 정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른
사람을 그 방에 입주시켰습니다.

정씨는 자신이 입주하려던 방에 다른 사람이 입주한 것을 확인하고는
집주인에게 자신이 지급한 계약금 5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집주인은 계약금을 반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래 집주인과 임차인간의 임대차계약이 반드시 서면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고 구두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씨와 집주인간에는 지난 9월 유효한 월세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집주인과 정씨 사이에 맺은 계약은 정씨의 개인적인 사유로 인하여
그 이행이 곤란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경우 집주인에게는 잘못이 없고 정씨
에게 월세계약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정씨는 이사일자를 지키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월세계약을
위반한 것이 되고 집주인은 그에 따라 정씨와 맺은 월세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이 경우 집주인은 정씨가 확정적으로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미 통보
하였기 때문에 정씨와 맺은 월세계약을 해제하고 제3자와 새로이 월세계약을
맺을 수 있으며, 정씨가 당초 지급한 계약금은 집주인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간주되어 집주인이 이를 몰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정씨의 입장에서는 집주인이 정씨 대신 새로운 사람을 찾아서 입주
시켰고 따라서 실제로는 손해가 없기 때문에 계약금을 몰수한다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집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정씨의 계약위반으로
인하여 다른 입주자를 물색하는 등 여러가지 번거로움을 겪게 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계약금 몰수는 어쩔 수 없다고 하겠습니다.

본건에 있어서 정씨가 좀더 법률에 지식이 있었다면 집주인에게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통보하기에 앞서서 대신 입주할 제3자를 찾아서 정씨와
그 사람간에 월세계약을 채결했더라면 별 손해를 보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은 우리 법상 전대계약이라고 하는 것으로써 정씨가 임차인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정씨로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고 하겠습니다.

< 변호사. 한얼종합법률사무소 hanollaw@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