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은 처음부터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는 각오와 결의를 갖고
시작해야 합니다.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1년 정도 미리 시장조사를 거쳐 기술평가를 하고
누가 경쟁상대로 나설것인지도 따져 본뒤 창업해야 합니다"

재미교포 벤처기업가이자 스탠퍼드대학 고문교수인 이종문(71)
AMBEX그룹 회장은 "한국의 벤처기업가들은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 사업에
뛰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회장은 지난 82년 맨손으로 PC 그래픽카드 전문 벤처기업인 다이아몬드
컴퓨터(현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 시스템)사를 창업, 95년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1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 이 회사의 지분 40% 이상을 가진 대주주이자 벤처기업 투자및
종합컨설팅을 하는 AMBEX그룹을 이끌고 있다.

미국 아.태경제협력위원회 이사,아시아재단 이사등의 직책도 맡고 있다.

클린턴대통령과 가끔 골프를 같이 즐길 정도로 저명한 아시아계 인물로
제약회사 종근당 창업주인 고 이종근 회장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이회장은 특히 지난 6월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방문때 스탠포드대학에
사재 2백만달러를 기증, 국내 IT(정보기술)상업진흥을 위한 사업가양성
프로그램을 설치키로 했다.

이 프로그램은 내년부터 운영된다.

-최근 국내에서는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벤처기업의
성공조건은 무엇인지.

"벤처기업의 출발은 세계화(globalization)다.

그렇지 않으면 수명이 6개월에서 기껏해야 1년에 그치고 만다.

기술과 자본에서 앞선 외국기업에 결국 시장을 빼앗기게 되기 때문이다.

세계화 마인드가 없다면 아예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화의 구체적인 의미는.

"한마디로 가장 앞서있는 미국시장에서 상품화에 성공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손에 넣는 것이다.

세계화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는 골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세계무대를 정복한 박세리와 그레이스 박이 좋은 예다.

일본의 경우 많은 선수들이 15년에서 20년 동안 메이저대회에 도전했지만
아오키가 잭 니클라우스와 공동우승 한번 한 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박세리와 그레이스 박은 느닷없이 나타나 우승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일본 골퍼들과는 달리 그 자체가 세계무대인
미국에서 골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세계화다"

-한국경제가 IMF관리에 놓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인류가 만든 것중 가장 잘된 제도가 자본주의 경제지만 자본주의도
싸이클이 있다.

경기의 부침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를 연장시키기 위한 "굴곡"이라고
본다.

한국경제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내부적인 원인이 분명히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정치에 있다.

정치인들이 "사탕"을 조달하기 위해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를 운영해왔다"

-한국경제의 장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수치만 갖고 본다면 심한 말 같지만 희망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국인은 과거 조선시대 5백년간 9백여차례의 크고 작은 외침을
받으면서도 살아나온 국민이다.

특히 최근들어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바로 정보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대학 창업센터등에서 4-5명, 또는 10여명의 소그룹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이들이 희망이다.

이런 그룹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제회생이 빨라지리라고 확신한다"

이회장은 13일 한국 소프트웨어진흥원이 주최한 "한국 IT산업의 발전
방향"이란 세미나에 참석, "IT산업 세계화를 위한 성공요인"이란 주제강연을
통해서도 젊은 벤처기업인들에게 세계화된 시각을 갖출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회장은 이와함께 동양인이 중책을 맡고 있는 인텔과 네스케이프등의
예를 들며 실리콘 밸리도 아시아인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며 의욕과
분발을 당부했다.

이회장은 또 이날 오후 스탠포드대학 헨리 로웬교수, 윌리엄 밀러교수등과
함께 정통부와 스탠포드 대학간 정보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회장은 14일 오전 출국한다.

< 문희수 기자 mh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