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기업구조조정의 달"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금융구조조정을 일단락지은만큼 10월부터 기업쪽으로 눈을 돌리겠다는
뜻이다.

지난 8월부터 시작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은 준비를 거쳐 10월부터
"수술"을 단행할 수 있는 단계에 와있다.

기업구조조정기금이 출범했고 "외국인의사"라 할 수 있는 외부자문그룹(AG)
도 투입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그러나 고합그룹 채권단이 1일 출자전환과 자금지원규모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워크아웃방안을 확정치 못한 예에서 보듯 극심한 진통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 기업구조조정 일정 =고합 4사를 신호탄으로 워크아웃기업이 속속
심판대에 오른다.

신호 신원 거평 등 32개기업이 이달말 채권행사유예기간이 끝나기전에
워크아웃방안을 가급적 확정해야 한다.

67개 워크아웃기업의 절반가량이 10월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얘기다.

5대그룹의 구조조정도 10월중 대체적인 윤곽을 드러낸다.

5대그룹이 재무개선약정 수정계획을 낸뒤 외부자문그룹 주채권은행및
주요채권단협의회 등은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11월 15일까지 채권단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그뒤 한달간 기업측과 협의해 최종안을 12월 15일까지 확정, 시행할 예정
이다.

일부계열사의 퇴출도 이뤄진다.

5대그룹 구조조정은 정부 각 부처와 주채권은행 등이 입체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은행의 힘만으론 부족한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폭도 클 수밖에 없다.

<> 멀고 험한 길 =구조조정협상은 이해당사자간 첨예한 대립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5대그룹-금융기관-정부간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따라 올 연말까지 기업구조조정방안을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중 이를
완결짓는다는 정부계획이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각에선 최근 구조조정과정이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워크아웃기업의 경우 경영권변동에 대한 저항감도 만만찮다.

보증채무같은 까다로운 걸림돌도 많다.

한일은행이 이날 고합 4개사의 총부채 4조7천억원중 5천억원을 주식및
전환사채(CB)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부채는 오는 2000년말까지 원리금
상환을 유예한뒤 우대금리를 적용해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채권단에
제시했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재계는 어떻게 변하나 =정부구도대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재계는
종전과는 완전히 다른 기업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10월중에는 밑그림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날 듯하다.

금감위 관계자는 "네트워크형이든 그룹형이든 투명성 건전성 독립성을 갖춘
기업들로 변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6~64대그룹중 3분의 1가량인 18개 워크아웃그룹은 "그룹해체" "미니그룹화"
등으로 변신이 불가피할 듯하다.

대출금출자전환, 감자 등으로 대주주 지분이 격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에선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오너경영"이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워크아웃 "1호"인 고합측 발표대로 "오너에 의한 경영시대가 마감되고
선진국 경영형태로 이행하게 된다"는 얘기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