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8일 9월말로 1차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된다고 선언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지난 4월 출범하면서 급피치를 올린 구조조정으로
이곳저곳의 부실덩어리를 제거, 금융의 큰 줄기를 바로 세웠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구조조정은 흔히 "수술"에 비유된다.

환부를 도려내고 새 살이 돋도록 하는 것이다.

환부는 다름아닌 "부실"이다.

정부는 부실채권으로 병든 금융기관중 희망이 없는 곳엔 가차없이 "사형"을
집행했다.

회생가능성이 있는 곳은 과감한 경영정상화조치를 통해 체질을 강화했다.

그 결과 작년말 2천76개에 달했던 금융기관수는 폐쇄조치 합병 등으로
1천9백60여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전체 금융기관수의 5% 이상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같은 대대적인 부실"청소"는 금융기관의 경영기반을 튼튼히 하는데
기여했다.

정부는 6월말현재 총여신의 10.2%에 이르는 부실채권비율이 내년 상반기중
1.5% 이하로 떨어진 선진은행수준의 클린뱅크(Clean Bank)가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증자지원과 외자유치 등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신용경색의 주범인 은행 BIS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소돼 실물경제를 활성화
하는 기폭제가 되리란 기대다.

구조조정의 또다른 축인 기업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은행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은 은행권의 정상화를 전제로 한 것이 때문이다.

정부는 건실해진 은행을 매개로 올 연말까지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또 내년부터는 손상된 산업기반을 복원하고 성장잠재력을 배양하는 "경제
안정화정책"을 본격 추진, 내년 하반기부터 경제회복의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1차구조조정이 위기를 겪고있는 다른 나라들과 우리나라를
차별화시켜 국제투자자들의 대한시각을 바꿔 놓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내다
봤다.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금융관행도 바뀌었다.

고위험-고수익상품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이 어느덧 안정성과 내실을 중시
하기 시작했다.

인수은행및 예금계정의 수신은 증가한반면 그렇지 않은 은행과 손실위험이
있는 신탁계정의 수신은 감소하는 현상이 이를 입증한다.

이로써 우량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이 크게 떨어져 값싼 산업자금을 넉넉히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기관끼리도 위험한 투자와 무리한 수신경쟁을 피하고 서비스질로
승부하려는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상반기중 은행의 1인당 총자산과 업무이익 대비 인건비비중 등 은행경영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개선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금융이 정상화됐다는 증거를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약발"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신인도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64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만 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수술이후 회복기가 중요한 것처럼 앞으로는 정상화와 안정화조치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자본충실도에 의거해 적기시정조치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공적자금이 지원
되는 금융기관에 대해선 수익성달성목표 등을 제시함으로써 금융기관이 더욱
건전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추가부실에 대해선 경영진문책 등 사후관리대책도 엄격히 시행된다.

이와함께 진입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한편 금융지주회사 설립, 은행동일인
지분 한도 완화 등을 통해 은행소유및 지배구조를 개선키로 했다.

주식시장과 선물시장을 육성해 직접금융과 위험회피수단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감독체계도 이용자중심으로 전면 재편된다.

한마디로 긴급한 수술을 끝냈으므로 여러가지 체력단련프로그램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는 환자가 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