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한국경제를 띄워보자"

오는 10월 이후 경제운영의 목표가 분명해진다.

정부는 그동안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을 병행 추진한다는 모호한 "양다리
작전"을 펴왔다.

그러나 28일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기자회견을 계기로 경제정책의 초점을
"경기 활성화"에 보다 명확히 맞추기로 했다.

구조조정이란 명분에 발목 잡혀 미지근하게 추진하던 경기부양을 본격화해
실질적인 경제 살리기에 나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선 5대그룹 빅딜 등 기업구조조정을 보다 신속히 완료하고
한국경제의 구조개혁 성과에 대한 해외홍보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금융구조조정의 일단락을 지렛대로 삼아 가라앉은 한국경제의 분위기를
띄워 보겠다는 얘기다.

<> 경기부양에 본격 나선다 =정부의 경기부양은 바닥을 헤매고 있는 내수
진작책이 핵심이다.

그동안도 한국은행의 총액대출한도를 늘리고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등
간헐적으로 돈을 푸는 정책은 구사해 왔다.

하지만 앞으론 그 통화확대폭을 더욱 넓힐 예정이다.

특히 현재 19조원대에 머물고 있는 본원통화를 IMF(국제통화기금)와 합의한
수준인 25조4천억원까지 추가 공급할 계획.

또 돈을 쏟아 붓는 대상도 중소기업 수출기업 주택건설업체 등 "생산자"
에서 "소비자"로 돌린다는 방침이다.

재경부가 지난 25일 연내에 10조원 가량을 소비자금융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게 바로 그것이다.

또 "이젠 건전한 소비를 하자"는 분위기를 적극 유도해 빈사직전의 내수를
부추기겠다는게 정부의 구상이다.

<> 기업구조조정은 연내 마무리 =경기부양과 함께 정부가 주력코자 하는
점은 기업구조조정의 조기 완료다.

최종 시한은 금년말.이를 위해 그동안 벌려 놓았던 기업구조조정 메뉴들을
이젠 하나씩 정리해 나갈 예정이다.

우선 5대그룹 빅딜은 이달말 공동법인의 경영주체 선정을 기점으로 일단
마무리하고 추가적인 부실 계열사 정리도 은행을 통해 12월말까지 마칠
계획이다.

또 기업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 이었던 기아자동차도 최대한 빨리 재입찰에
부쳐 매각키로 했다.

특히 기아자동차 매각도 외국인들에게 한국경제 구조조정의 열쇠처럼
인식돼 있는 만큼 부채탕감 조건을 보다 과감히 조정해 신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3차 입찰에선 반드시 낙찰자가 나오도록 한다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늦어도 연내에는 모든 경제 구조조정을 완료해 경제회생
의 발판을 탄탄히 다진다는 전략이다.

<> 대외신인도를 높인다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의 일단락을 공식 선언하고
나서는 것은 다분히 외국인들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이 은행합병 등 금융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
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인정받겠다는 포석이다.

"이제부턴 한국경제를 믿고 투자해 달라"는 호소인 셈이다.

정부가 9월말과 10월초에 걸쳐 도쿄 뉴욕 런던 등 주요 도시를 도는 대대적
인 해외 로드쇼를 기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로드쇼에서 정부는 "한국이 어떤 환란위기 국가보다도 신속하고 분명
하게 금융구조조정을 일단락지었다"는 점을 집중 홍보할 계획.

이를 통해 "투자 부적격 국가"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라도 올려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물론 정부의 이같은 "분위기 반전"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지는 아직 불투명
하다.

은행합병 과정에서 여지없이 불거져 나온 "노사마찰",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으로 인해 좀처럼 풀리지 않는 신용경색 등 남은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부는 이번 금융구조조정 일단락 선언이란 "이벤트"를 통해 바람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승부수를 던지려는 것이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