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세계공황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경제부처가 직접 공황이 일어날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다.

정부는 세계 경제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 금리인하를 단행해 경기
연착륙을 시도할 경우에는 국내경제 회복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미국의 경제 추이 =재정경제부는 7일 "최근의 경제동향분석"을 통해
미국경제가 하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의 올 2.4분기 실질GDP성장률은 지난분기 5.5%보다 낮은 1.4%에
그쳤다.

다우존스주가도 지난달 17일 사상최고치인 9,338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조정기에 있다.

재경부는 앞으로 미국의 경제동향을 두가지 시나리오로 압축했다.

하나는 미국이 경기과열을 인정하고 인위적인 금리인하정책을 쓸 경우다.

이 때는 미.일간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미국으로 몰린 자본이 다시 일본
등으로 유출되는 상황이 예상된다.

이에따라 미국경제도 자연스럽게 버블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세계경제가 공황에 접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재경부는 미국경기가 손 쓸 틈없이 급속히 추락하면 지난 29년처럼
세계공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미국 금융시장이 급속히 붕괴하면서 소비및 투자 수출 등 실물경제를
위축시킬 경우 세계 수요의 급감을 초래해 심각한 불황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일본의 장기불황, 아시아 금융위기 등과 겹쳐 세계적 공황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

특히 재경부는 최근 미국의 경제상황이 29년 대공황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금융시장의 과열및 국제투기자금의 개도국 이탈 <>세계적인 수입
급감및 교역량 축소 <>세계적인 금융시스템 불안 <>소비 생산급감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우려 <>1차 생산품 가격 급락 등이 비슷한 점이라고 덧붙였다.

<>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미국이 과열된 주식시장의 버블을 제거하고
경기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금리를 내린다면 이는 국내경제에 단기적으로는
악재이지만 장기적으론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가하락과 미국경기침체로 인해 수출이 더욱 둔화될 것이지만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수출확대요인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엔화가 1달러당 1백30엔대 이하로 떨어지는 강세를
보이면 우리나라가 오히려 달러약세에 따른 수출감소요인을 메울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국제금융자본도 금리가 떨어진 미국을 떠나 리스크가 크지만 수익률이
높은 우리나라 등으로 다시 옮겨올 가능성도 있다고 예견했다.

결국 외자유치와 수출회복에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분석이다.

그러나 재경부는 미국정부내에서조차 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이 달라 단시간
내 금리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따라 재경부는 구조조정의 조속한 추진, 내수진작과 수출경쟁력 확보를
통해 세계경제불안에 대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