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노조가 공권력 투입 위협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 절대불가"를
고집하고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노조는 정부와 중재단이 정리해고 규모를 대폭 축소한 중재안을 제시했음
에도 불구하고 선뜻 협상장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물론 노조는 정리해고 없이도 회사를 운영해 나갈수 있다며 회사측의
정리해고방침은 해고회피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정리해고 인원과 휴가인원을 유급 순환휴직시키고 수당을 줄여 연간
2천6백87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경우 그런대로 경영을 유지할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선뜻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노조 내부조직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는게 지배적인 견해이다.

노조집행부는 "지도부의 말을 믿고 철야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원들을
지금와서 어떻게 정리해고로 떠나보낼수 있겠느냐"며 정리해고 수용은 절대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리해고 대상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몰라도 이미 특정돼 있는
사람들을 노조가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노조원들의 신뢰를 상실, 앞으로 노조를 이끌수 없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정리해고 대상자 6백명중에는 전현직 노조간부 2백50명이 포함돼 있어
지도부가 신축적인 입장을 표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광식 노조위원장 등 노조집행부가 노조내부의 4개 사조직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노조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집행부가 이들 사조직의 강경파들에게 끌려 다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여당중재단을 20일 오전부터 노사대표를 만나는 동시에 노조내
사조직 지도부들을 만나 막판 중재를 시도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울산=김태현 기자 hyun11@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