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공단의 기계부속 수출업체인 대용기계는 요즈음 은행을 통한
수출신용장 네고나 수입신용장 개설을 거의 포기했다.

대신 현찰거래나 다름없는 송금방식이나 만기추심방식을 택했다.

결제방식을 바꾼후 오히려 마음고생은 덜하다고 한다.

은행에 가서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 김상돈 사장은 "무역금융을 바라보고 신용장거래를 하더라도 각종
수수료 부담 등이 워낙 커서 실익이 별로 없다"면서 "중소업체로선 수출물량
이 줄어들더라도 송금거래가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수출대금회수가 하루만 늦어도 지연이자를 물어야 하는 등 신경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것도 네고방식이 매력을 잃어가는 이유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IMF체제에 접어든 이후 줄곧 수출입금융 이용에
시달려온 기업들이 최근들어 사실상 은행을 베제한 무역거래를 늘리고 있다"
고 말했다.

그 결과 은행이 대금지급을 보장하는 신용장 거래가 퇴조하고 송금이나
만기추심방식 수출입이 크게 늘고 있다.

이같은 방식의 수출은 작년 상반기엔 전체의 27%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37.7%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중 수출은 3.6% 늘어난데 비해 현금상환불(COD) 서류상환불(CAD)
방식의 수출규모는 78억9천9백만달러로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무려 24.9%나
급증했다.

대구 계명대학의 권업 교수는 "과거 섬유수출 1백억달러 돌파 등 수출입국
에 결정적으로 기여해온 은행과 무역업계의 공동전선이 급격하게 와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신환 우편환 등 단순송금방식에 의한 수출의 경우 61.9%나 급증한
1백76억1천6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소액소량 수출에 치중하는 중소수출업체일수록 전통적인 신용장거래
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금거래가 급증한 반면 은행이 대금지급을 보장하는 신용장 결제방식은
크게 줄었다.

이 기간중 일람불(At sight)과 유전스신용장에 의한 은행결제는 각각
2백26억8천9백만달러와 39억달러로 작년에 비해 4.4%와 33.3% 줄었다.

D/A(인수도)와 D/P(지급도조건) 수출도 각각 17%와 29% 감소했다.

수입의 경우에도 은행이 지급보증하는 신용장방식의 거래가 상반기중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나 급감한 3백70억달러에 그쳤다.

무역협회와 종합상사는 앞으로 금융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외줄타기식
무역거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이런 방식은 대금회수 등에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면서 "당장 반짝 수출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화될 경우 교역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이동우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