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짜리 콜금리가 한자릿수로 접어드는 등 시중실세금리가 급격히 안정
되는 양상이다.

은행들도 조흥은행을 필두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은행들은 이미 지난달 프라임레이트를 0.5%~1%포인트 가량 내린 적이 있다.

그런데도 가계와 기업들은 여전히 은행금리가 높다며 불평하고 있다.

체감금리가 여전히 높아서다.

은행계정의 대출우대금리는 시중은행의 경우 현재 10.25%(조흥)에서 11.8%
(평화)로 형성돼 있다.

그러나 고객들은 이 금리로 대출받을 수 없다.

대출우대금리란 말 그대로 신용도가 지극히 우량한 고객들에 적용하는
금리이기 때문이다.

일반 고객들은 대출우대금리에다 신용도에 따른 가산금리를 물어야 한다.

우대금리는 일종의 기준금리다.

가산금리는 은행에 따라 최고 4~6%로 돼있다.

그런데 은행들은 요즘 고객들의 신용도를 가리지 않고 최고 가산금리를
부과한다.

그것도 모자라 부동산 담보와 연대보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프라임레이트가 10.5%에다 최고 6%의 가산금리 체계를 갖고 있는 은행에서
일반대출을 받는다고 치자.

정상적인 금융시스템이라면 고객신용도에 따라 10.5%, 13.5%, 16.5% 등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16.5%로만 빌릴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실세금리가 연중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등의 소식은
남의 일처럼 들릴 뿐이다.

신용경색이 풀려야만 고객들은 신용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금리인하의 혜택도 그때가 돼야 체감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은행들은 당좌대출 금리인하에 특히 소극적이다.

당좌대출은 콜 CD(양도성예금증서) 등 단기성상품에 연동, 금리를 결정
하도록 돼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중소기업 15.2%, 대기업 17.3~17.9%인 당좌대출금리는
터무니없이 높은 편이다.

한자릿수로 들어선 콜금리와 비교하면 은행들이 두배 가까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은행들은 종전에 고금리 단기수신을 많기 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단기수신이 주로 3개월미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옹색하기 짝이 없는 얘기다.

실세금리를 대출금리에 반영하겠다는 은행권의 결단이 있어야 비로소
가계와 기업들은 저금리를 체감할 것으로 보인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