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한컴)가 아래아한글지키기운동본부의 인수제의를 수락,
경영권을 넘기기로 함에 따라 일단 "한컴"과 "아래아한글"워드프로세서는
다시 살아날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그러나 한컴의 이번 결정은 여론에 밀려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으로 앞으로 많은 논란과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이 사태가 한국기업의 신뢰도추락과 연결됨으로써 IMF관리체제이후
현안이 되고 있는 외자유치에 상당한 악영향을 가져 올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우여곡절끝에 이뤄진 한컴의 이번 경영권이양 결정으로 한컴은
이제 "국민기업"의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게 됐다.

아래아한글살리기운동본부측도 앞으로의 한컴운영과 관련, "국민기업"으로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우선 한컴에 창업투자회사들이 출연하는 자금 1백억원을 당장 투자키로
했다.

이중 절반인 50억원은 창업투자회사인 무한기술투자에서 20일 한컴에 예치
했다.

운동본부는 앞으로 국민주 공모방식으로 1백억원을 유치, 기존자본금
42억원으로 포함해 자본금을 모두 2백42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운동본부는 또 금융기관들의 한컴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해 주도록 요청키로
했다.

한컴의 경영진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이찬진 사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키로 한것도 같은 맥락이다.

운동본부는 한컴의 일반 관리와 영업 등 경영전반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
(CEO)를 당초 구상대로 공개채용하기로 했다.

다만 한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기 위해선 이찬진 사장의
역할이 아직도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 이 사장에게 소프트웨어(SW)개발을
총괄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기기로 했다.

"2인 공동대표이사제"의 경영구도를 가져가되 역할을 분명히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공채사장은 24일까지 접수받아 벤처기업협회 임원들의 심사를 거쳐 오는
27일 선정할 예정이다.

선발기준에 대해 운동본부의 이민화 본부장은 "마케팅능력이 풍부한 인물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본부측은 한컴의 경영권 인수로 아래아한글 지키기에 일단은 성공했다는
판단아래 이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오는 8월중 아래아한글 관련 신제품(가칭 한글98)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제품엔 한글제품에서 일본어와 중국어 등을 지원하는 아시아판을
포함시키는 등 그동안 개선된 내용을 담는다는 방침이다.

이 제품을 일시적이나마 1만원에 공급하게 되면 운동본부측의 "1백만
회원운동"과 자연스레 연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컴은 또 내년 중반께 차기버전인 "한글5.0"을 한컴의 원래 계획대로
내놓을 계획이다.

한글5.0엔 그동안 한글97의 단점으로 꼽혔던 부분을 대폭 개선, 용량을
최소화하고 다국어 동시지원과 세로쓰기는 물론 외부 프로그램과 연계성을
강화하는 기능이 담기게 된다.

그렇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한컴은 이번 결정과정에서 MS측과의 협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자칫 국제자본가들 사이에 "외국자본배척"의 인식을 심어줄
경우 우리 기업들이 추진중인 해외자본 유치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또 운동본부측이 우선 투자키로한 1백억원은 당장 급한 불을 끌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컴의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갖추는데는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또 다른 과제는 한컴의 경영난을 가져온 이유중 하나인 SW불법복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의 경영정상화도 어렵게 된다.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려는 한컴이 아래아한글과 함께 계속 살아남기 위한
열쇠는 결국 공공기관이나 일반소비자들의 정품SW 사용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 손희식 기자 hssoh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