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허름한 빌딩 4층의 20평 남짓한 사무실에 "무서운
아이들"이 모였다.

올해 창업한 아로마소프트(대표 이현진)가 바로 이들의 본거지다.

이곳에는 자바OS(운영체계)로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어깨를 겨루겠다는 야심찬 젊은이 4명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원이 포항공대 전자계산학과 출신이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이현진사장은 "연말까지 임베디드 디바이스(Embedded
Device)용 자바OS를 개발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산업기기나 가전기기에 탑재, 통신기능 등을 극대화 하는 이 OS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전문업체인 CHORUS까지 인수, 개발에 뛰어든 시스템
소프트웨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NC(네트워크PC)용 자바OS를 세계처음으로 개발한
기업.

범용OS시장을 윈도로 천하통일한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윈도CE를 내세워
임베디드 디바이스용 OS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

이분야의 "거인"들이 이처럼 개발전쟁에 뛰어들었지만 이 사장의 말에는
믿음이 간다.

창업때 포스텍기술투자가 선뜻 투자한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준비된 창업을 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이 창업을 꿈꾸기 시작한 건 대학 2학년때부터.

"소프트웨어 인력은 많은데 외국기업과 당당히 맞서 싸울수 있는 제품 하나
없는 현실"이 그의 의지를 북돋웠다.

군복무를 마치기 몇달전인 지난 96년 초 창업에 참여할 선후배를 찾아 나서
7월에 아이뱅크를 설립했다.

아로마소프트의 전신인셈이다.

이 사장은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는 사업을 하면 어떤 문제에 부딪히는지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개인사업자로만 등록했다.

초기에는 소프트웨어 용역사업에 매달렸다.

LG산전 삼성생명 등에 전자게시판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 공급했다.

"계약서 쓰는 법을 몰라 직장 다니던 친구에게서 계약서를 받아다 내기도
했어요"

이 사장은 사업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올해말 자바OS를 선보이기전에 회계 마켓팅 등을 도와줄 인력을 구하기로
한것은 이런 경험에서 내린 결론이다.

이 사장이 자바OS 개발에 나선때는 96년 11월.

재학시절 OS개발팀장을 맡는 등 3년간의 연구경험이 주력 아이템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후발주자로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자바OS는 OS시장의 후발주자가 겪게 마련인 응용소프트웨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자바를 이용한 응용소프트웨어가 많았기때문이다.

응용소프트웨어 확보난이 시장진입의 장벽이 되고있는 범용OS와는 다르다.

게다가 임베디드 디바이스용 OS시장의 경우 이미 상용화된 40여종이
세계시장을 주도하지만 범용OS와는 달리 절대강자가 없다.

이 사장은 지난해말 데모수준의 자바OS를 만들어내면서 용역사업은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개발에 매달리기로 작정했다.

회사도 법인으로 전환, 아로마소프트를 창업했다.

10여명으로 구성됐던 아이뱅크 멤버는 이 회사의 출범으로 새로 짜여졌다.

삼성엔지니어링에서 근무했던 조욱희씨, LG산전을 그만둔 유재호씨,
현대정보기술에 다녔던 김경연씨 등 이 사장을 포함한 4명이 창업멤버.
8월까지 4명이 더 합류한다.

무더위속에서도 때론 숙식을 사무실에서 해결하는 힘든 생활을 하지만
이들의 마음은 기대에 차있다.

Tea Pot으로 이름 붙인 자바OS가 힘찬 날개짓을 할 날이 멀지않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