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유통업체인 미국의 월마트가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한밤을 틈타
슬그머니 한국에 들어왔다.

그것도 한가로운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을 택해서.

월마트는 왜 이처럼 아주 조심스럽게 마치 밤손님처럼 한국을 찾아야
했을까.

월마트가 한국진출 사실을 기습 발표한 것은 지난 11일 새벽 1시께.

그동안 인수설이 나돌던 뉴코아백화점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월마트의
한국진출 무산설이 업계에 파다하게 퍼진지 만 하루가 조금 지난 때이다.

토요일은 다른 요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뉴스 전파력이 약하다.

더욱이 일요일은 발행되는 신문이 거의 없다.

방송뉴스의 시청률도 크게 떨어진다.

발표에서와 같이 월마트는 지난 4년간 줄곧 한국진출을 연구하고 검토해
왔다.

한국내 모든 사정을 철저히 파악했다는 얘기다.

언론대응방식도 철저했다.

한국진출 포기설을 흘린뒤 뉴스 취약시간대를 택했음에 틀림없다.

관계자의 표현대로 "조용히" 발표한 것이다.

자신들의 한국상륙을 한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IMF로 한국 유통업계가 고사위기에 놓인 이때, 떠들썩한 진군나팔 소리로
외국기업의 진출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한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하고 싶지
않다는 의도가 역력하다.

괜시리 토착유통업체 애용운동과 같은 장애물을 스스로 만들지 않겠다는
고도의 계산인듯 싶다.

야간잠행으로 눈길을 끈 월마트가 앞으로 한국시장에서 펼쳐 나갈 영업
전략, 그것은 너무나 뻔하다.

김상철 < 유통부 기자 che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