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는 부실은행을 인수하는 우량은행에 총 17조5천억원의 재정
자금을 지원, 이들 은행을 선도은행으로 육성키로 했다.

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다각적인 유동성 지원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부실은행을 떠안는 우량은행이 조기에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필연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29일 "총50조원으로 확정된 금융구조조정자금중
17조5천억원 가량을 이번 퇴출은행 정리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 계획은 부실채권 매입 13조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증자지원 2조원, 부실은행의 자산을 초과하는
부채 보전 2조5천억원 등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IBRD)도 인수은행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는 이에따라 우선 우량은행이 부실은행의 부채및 우량자산만을 인수
하는데 대규모 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부실한 자산은 성업공사에서 매입토록 했다.

우량은행이 재무건전성 악화로 부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자산인수후 6개월동안 추가로 발생하는 부실자산에 대해서도 성업공사에
재매각할 수 있는 권리(Put Back Option)를 인수은행에 부여했다.

잠재된 부실자산으로 인해 우량은행이 피해보는 사태를 막기위한 방안이다.

이 경우에도 부실채권 매각에 따른 매각손실은 예금보험공사에서 보전한다.

그리고 인수은행이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부실채권을 성업공사에 매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같은 부실채권 매입에만 총13조원이 투입된다.

또 엄격한 기준에 따라 평가된 자산을 초과하는 부채 보전을 위해서도
2조5천억원이 배정됐다.

금감위는 자산평가때 은행감독원 기준이 아닌 국제적 기준에 근접한 회계
기준(수정 은감원기준)에 따라 자산과 부채를 평가키로 했다.

이는 정리은행의 자산을 보다 엄격하게 평가한다는 의미로 그만큼 인수은행
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우량은행의 증자를 지원하기 위해서도 2조원의 자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부실은행 자산인수로 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를
메우기 위한 증자도 정부가 지원한다는 얘기다.

5개 은행에 똑같이 지원된다고 해도 평균 4천억원씩을 증자대금으로 받을
수 있다.

요즘 시중은행들이 해외투자자 유치를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 겨우
끌어오는 자금규모가 2억달러(환율 1천5백원기준 3천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파격적인 지원이다.

동시에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출자함으로써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이와함께 부실은행을 인수한 우량은행이 유동성 부족을
겪을 경우 통화안정증권및 환매채(RP) 재매입을 통해 자금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필요하다면 한국은행 긴급융자도 검토할 방침이다.

또 부실은행과 거래하던 기업여신 유지를 위해 인수은행의 거액여신총액한도
와 동일인및 동일계열 기업군 여신한도에 대한 예외를 인정키로 했다.

금융계에서는 이같은 대대적인 정부지원책으로 부실은행을 인수한 5개
우량은행들이 앞으로 이뤄질 2단계 금융구조조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규모 증가와 영업기반 강화뿐 아니라 자체 보유 부실자산 정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은행을 인수한 은행들이 앞으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 영업력이나 자금시장 영향력 등에서 큰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당국이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간의 자발적인 합병이 필요
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만큼 이들 은행이 선도은행으로 자리매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감위가 퇴출은행을 인수하는 우량은행에 대해 재정이 허락하는 한 아낌
없는 지원방침을 밝히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 김수언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