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천리안에는 지난 16일 "아래아한글살리기 서명운동"이란 주제로
토론방이 개설된 이래 지금까지 무려 7천7백여건의 글이 올랐다.

한국PC통신의 하이텔등 다른 PC통신에서도 마찬가지다.

네티즌들은 지금도 하루 2백~3백건씩 새로운 글들을 싣고 있다.

한가지 사안에 대해 이처럼 많은 네티즌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시한
것은 10년 넘는 PC통신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외국자본에 밀려 우리고유의 아래아한글을 포기할수
없다며 비분강개하고 있다.

또 "아래아한글을 없애 워드 식민지를 만들려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난하고 있다.

"기술개발에 소홀하고 한눈을 판" 한글과컴퓨터(한컴) 이찬진 사장을 몰아
세우고도 있다.

모두 일리있는 얘기들이다.

그러나 "한컴사태"가 일어난지 2주일이 지난 지금도 보다 냉철하게 이
문제를 바라본 글들은 별로 없다.

사정이야 어쨌든 아래아한글의 퇴출은 시장의 논리로 이뤄지는 일이다.

지금 "국민정서"가 그것을 가로막고 있고..

그래서 국제투자협상이 깨진다면 다시 어떤 외국인이 투자하려 할까.

아마 IMF시대 한국경제의 금과옥조로 떠오른 "시장경제" "글로벌 스탠더드"
를 헛구호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국제경제는 "정글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강자는 약자와 공생하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잡아먹는다.

아래아한글이 없어지는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는 과정에서 생긴 일중 하나일수
있다.

아래아한글이 정말 필요하다면 MS워드를 이길수 있는 또다른 아래아한글을
만드는게 급하다.

정건수 < 정보통신부 기자 ks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