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5개 퇴출은행 발표로 일단 금융기관 구조조정의 첫 단추가
끼워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에 불과할 뿐 만족할만한 수준은 못된다는 의견이
강하다.

지난번의 55개 퇴출기업 선정때처럼 조무래기 은행만 가려넣어 시늉만
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SBC워버그증권의 리차드 사무엘슨 서울지점장은 "충격은 커겠지만 대형
시중은행을 포함시켜야 했고 퇴출은행수도 기대한 만큼 많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는 시중및 지방은행이 과다하게 난립돼 있어 수익성저하
등 경영여건 악화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부채이전방식(P&A)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했다.

사무엘슨 지점장은 "문제는 조건부 승인을 받은 다른 6개 시중은행"이라며
"이들 은행이 자본금을 늘리거나 조직을 축소하는등 재무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과감한 정리가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은행 경영평가위원회에 참여한 ING베어링증권의 빌 헌세이커 선임연구원도
은행권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에 의미를 두었다.

그렇지만 향후 인수은행의 부실화여부나 조건부 승인을 받은 6개 은행의
진로 등 갈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헌세이커 연구원은 "우선 퇴출은행이나 조건부 승인 6개 은행의 무수익
자산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 처리할 것인 분명치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기준으로 할 것이냐 국제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인수은행의
부실여부가 결정된다"며 "한국은행들의 무수익여신은 국제기준으로 따지면
평균 30~40%에 달하지만 국내 기준으로는 이의 절반정도로 적게 잡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외국인들이 6개 은행의 처리방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상증자나 조직축소 외자도입 등으로 활로를 찾는 노력을 펼치고 있으나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전했다.

주식시장이 침체돼 있는 탓이고 무수익자산이 막대해 외국자본이 쉽게
접근하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쌍용템플턴투신의 제임스 루니 사장은 "이제 한걸음(a little step)을
뗀 것에 불과하나 방향은 잡은 것같다(a good step)"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 역시 향후 해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P&A방식 인수로 우량은행이 덩치를 키울수는 있지만 초우량은행
(Excellent Bank)으로 거듭나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경영투명성이 높고 BIS기준으로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경영노하우가 뛰어난
초우량이 은행이 한국에 절실하다는 것이 루니사장의 권고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