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질서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환율상승으로 수출호기를 맞은 국내기업들이 속속 수출전선에 뛰어들며
덤핑으로 경쟁사 바이어를 가로채고 있어서다.

이같은 현상은 의류 직물 등 경공업품과 중고품수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13일 섬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인 S사가 직물 니트 등 섬유류수출을
강화하면서 관련 기업간 단가인하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90년대들어 섬유제품수출을 중단했던 S사는 경쟁사보다 5-10%가량 낮은
가격으로 국내 경쟁사의 바이어를 계속 빼앗아가고 있다고 섬유업계는
지적했다.

이에따라 최근 AMC, 시어즈 백화점 등 미국계 대형바이어들이 한국산
섬유제품을 구매를 20%이상씩 늘리는데도 국내 섬유수출업체의 채산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1.4분기중 직물류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가량 늘어지만
수출액이 10%이상 감소한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신성통상의 박광 상무는 올들어 B사 K사 등이 무리하게 니트류 수출에
나서면서 수출단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견 섬유업체인 또다른 S사는 내수침체를 수출로 만회하기 위해
국제입찰에서 터무니없는 덤핑가격으로 참여해 한국수출업체의 이미지를
흐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전문가들은 환율이 안정세로 돌아설 경우 섬유수출업계는 단가인하에
따른 후유증을 앓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따라 국내업체간 출혈경쟁을 이용하려는 해외바이어와 바잉오프스
에이전트들도 늘고 있다.

무역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해있는 에이전트들이
국내업체간 경쟁을 부추켜 무리하게 제품값을 깍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단위의 장기계약을 맺어온 일부 바이어들은 3개월 단위로 수출계약을
맺자고 요구하는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무공관계자는 "국내업체들의 밀어내기 수출로 의류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업체간 출혈경쟁으로 섬유수출업계의
채산성을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고기계와 중고자동차 수출상들도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무공에 따르면 최근 포스타리카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에서 중고차구매단이
잇따라 방한하고 있지만 국내업체간 경쟁이 심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는 5백여개의 중고차수출상들이 오직 가격을 무기로 바이어를
유치하는데 힘쓰고 있다.

한국중고자동차건설기계수출조합관계자는 중고차 및 중고기계가 헐값에
실려가는데 이를 방지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신동오 산업자원부 무역정책심의관은 "우리기업이 가격에 의존한
수출영업을 지속할 경우 수출전망은 어둡다"며 "독특한 제품으로
해외마케팅을 강화하는 장기수출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