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가 특허침해를 이유로 미국의 세계적 반도체 제조회사인 TI
(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를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 등 4-5개국 법원에 제소
했다.

국내 반도체업체가 미국업체로부터 특허침해로 제소당한뒤 맞고소한 적은
있어도 TI같은 유력업체를 먼저 제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업체의 기술수준이 세계최고 수준에 올라섰음을 반증하는 사례로
결과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전자는 TI사의 D램및 DSP(디지털신호처리)칩
제품이 자사 반도체 제조공정및 회로에 관련된 특허기술을 침해했다고 지적,
이같이 제소했다.

현대전자가 침해당했다고 제시한 특허는 "메모리소자의 저소비전력 회로"
"반도체 소자의 고전압발생회로" 기술 등 5가지다.

현대는 법원에 낸 제소장에서 "자사 특허가 유효할 뿐아니라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인정과 TI측이 더이상 특허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TI측이 이 특허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한 불특정 피해에 대한 배상액도 함께
판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TI사는 미 댈러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최대 규모 반도체메이커로
반도체관련 원천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반도체사업에 본격화할 무렵인 80년대 중반 무더기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 삼성 현대 LG 등으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로열티를 받고
있는 회사다.

현대와 TI사 특허문제가 소송까지 이르게 된 것은 상호 특허인정을 통한
크로스라이선스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전자는 TI에 지불하고 있는 반도체 원천기술의 로열티를 줄이기 위해
이 회사와 상호 특허로 상쇄하는 방안을 협의해 왔다.

그러나 TI측이 현대전자의 특허에 대한 정당한 가치 인정을 거부함으로써
협상이 결렬되고 법정싸움으로 비화됐다고 업계 관계자가 설명했다.

< 윤진식 기자.js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