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난속에서 미국과 유럽 등 해외로부터 국내 전산인력 스카우트 붐이 일고
있다.

이는 전세계 기업들에 "밀레니엄 버그"(컴퓨터가 1900년대와 2000년대를
구별하지 못해 생기는 장애) 비상이 걸리면서 미국의 경우 올해만 30만명의
전산인력이 모자라는 등 극심한 구인난이 빚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인력공급업체인 ARI 관계자가 한국에서
2천5백여명의 전산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ARI는 오는 29일 서울 종로 제일은행 본점에서 전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미국기업 채용 세미나"를 열고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ARI에서 채용할 인력의 미국기업 근무기간은 3년-6년이며 자격은 전문대
이상 졸업자로서 전산과정을 전공하고 관련업종에 2-3년이상 근무한
경력자다.

연봉은 4만5천달러(6천3백만원)에서 7만5천달러 수준이다.

ARI의 취업설명회 개최 등 행사진행을 대행하는 PCII코리아의 장지환
사장은 "미국기업들은 전산인력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어 한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으로부터 대량 인력채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의 경우 환율급등으로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싸진데다 질적으로도
우수해 미국기업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력채용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ARI는 앞으로 매년 2천여명씩
한국의 전산인력을 채용, 미국기업에 공급할 방침이다.

세계 12위의 헤드헌팅업체인 노만 브로드벤트의 한국지사에도 미국으로부터
1백여명의 전산인력 채용요청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이 회사의 김원창이사는 "내달 인력채용을 의뢰한 미국 기업을 방문, 현지
조사를 벌인뒤 인력을 해외에 알선하는데 필요한 국내 법적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해외인력 송출업을 시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휴먼서어치 역시 최근들어 미국 실리콘밸리나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부터
인력알선 요청을 잇달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최정아 사장은 "해외의 인력알선 수요가 워낙 많아 인력송출업
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현재 노동부에 허가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로부터 인력수요가 늘자 노동부에서도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중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내 전산인력의 공동화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유니시스 맹철현 상무는 "현재는 국내 고용사정이 워낙 좋지 않은데다
기업들의 2000년 문제 인식부족으로 놀고 있는 전산인력이 상당히 많은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해외인력 유출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에도 인력난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노혜령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