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가 최고경영자를 견제하지 못하면 모든 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장성현 변호사)

"사외이사들이 회사를 위해 로비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사외이사에 대해
책임을 묻는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홍복기 연세대 법대 교수)

올해부터 상장사에 본격 도입된 사외이사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처음 도입된 제도인 만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외이사는 소액주주보호와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

최고경영자가 안일한 경영을 하면 제동을 걸고 조언을 해야 한다.

과연 우리나라 사외이사가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수 있을지 관심사다.

사외이사들이 해당회사와 어떤 형식으로든지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지난 13일 골판지 제조업체인 H사 주총에서 있었던 사외이사 선임과정은
기존경영진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초 이 회사는 사외이사로 경리에 밝은 김모씨를 내정했었다.

주총 당일 회사관계자들도 모두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외이사로 호명된 사람은 조모씨였다.

주총직전 전격 바뀐 것이다.

최고경영자가 잘 모르는 사람을 선임하면 업무에 지장을 줄것 같아
기획실장을 지낸 조씨로 마지막에 바꿨다는 후문이다.

K사 사외이사인 최모 이모씨 등도 자천타천으로 비상임이사에서 사외이사로
자리만 옮겼다.

O사료의 박모씨는 회사전무와 감사를 6년간 맡은후 경영자문으로 일하다가
사외이사가 됐다.

사외이사로 선임된 변호사 회계사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법률자문이나 과거에 회사를 회계감사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최고경영진이 안면없는 사외이사를 거북하게 여기는 사례는 정보통신업체인
S사에서도 볼수 있다.

외국인주주들이 사외이사 추천권을 끈질기게 요구하자 이 회사는 2~3년전
만해도 완강하게 거부했다.

회사경영에 이질적인 사외이사가 들어오는게 아무래도 내키지 않아서다.

그러나 외국인주주들과의 분쟁이 확산되자 IMF시대 조류에 맞춰 지난주
이들의 요구를 들어줬다.

물론 사외이사들중에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도 적지
않다.

"한일합섬 경영진으로부터 사외이사 요청을 받았을때 투명성제고를 위해
독립적으로 활동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한일합섬 사외이사 박진원
변호사)

"경영자가 아닌 컨설팅업체로부터 사외이사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객관적인 시각을 지켜 나가겠다"(공성통신 사외이사 정석우 고려대교수)며
독립의지를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사외이사제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소액주주들이 주주권행사에 적극적일때 사외이사들이 책임감을 더 느낀다는
지적이다.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외이사가 책임을 느끼도록 주주들이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증권거래소 송명훈이사)

주주들이 회사임원의 책임을 추궁하는데 인색하면 사외이사제 정착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얘기다.

삼성 등 일부그룹에서는 이러한 책임론이 나오자 사외이사를 위해 손해배상
책임보험 가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는 이사회의 들러리가 아니다. 명실상부한 이사다. 사외이사가
이사역할과 경영진에서의 건전한 "야당" 노릇을 제대로 할때 사외이사제는
비로소 정착될수 있다"(전성철 김&장법률사무소 국제변호사)

<박주병 기자>

[[ 사외이사로 선임된 주요인사 ]]

<>현대자동차 : 김진현 - 서울시립대 총장, 62세
<>현대자동차 : 김동기 -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64세
<>현대자동차 : 신영무 - 세종합동법률사무소 대표, 54세
<>데이콤 : 오명 - 동아일보 사장, 58세
<>코오롱 : 조해녕 - 전내무부장관, 55세
<>대우중공업 : 김두희 - 전법무부장관, 56세
<>대우중공업 : 박성상 - 전한국은행 총재, 76세
<>대우통신 : 현소환 - 전연합통신 사장, 61세
<>대우 : 황주명 - 충청법률사무소 대표, 58세
<>삼성전기 : 강병호 -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53세
<>삼성전기 : 송병순 - 전은행감독원장, 69세
<>현대종합상사 : 어윤대 -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53세
<>기아자동차판매 : 최열 -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49세
<>포항제철 : 이용성 - 전은행감독원장, 64세
<>쌍용중공업 : 정성진 - 국민대 법학과 교수, 58세
<>백광소재 : 연영규 - 전증권업협회장, 63세
<>광동제약 : 이용택 - 전국회의원, 68세
<>녹십자 : 최창걸 - 고려아연 회장, 56세
<>LG-Caltex가스 : 김우식 - 연세대 화공과 교수, 58세
<>제일약품공업 : 한성신 -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50세
<>극동유화 : 정종암 -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57세
<>효성 T&C : 배기은 - 화진그룹 회장, 64세
<>동아건설 : 박우동 - 전법원행정처장, 62세
<>금호석유화학 : 김광두 - 서강대 경제과 교수, 51세

< 자료 : 증권거래소, 무순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