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의 경쟁력으로 IMF를 탈출하자."

대기업들이 협력업체들의 "실력 끌어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품을 만드는 협력업체들의 기술력 향상이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급등으로 수입단가가 뛰자 협력업체와 손잡고 부품 국산화
기술개발을 공동추진하는 대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 삼성, LG, 대우 등 대기업들은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공동추진하거나 <>경영혁신 컨설팅을 해주고<>협력업체간 경쟁을
붙이는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 협력업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이 공동기술 개발.

대우전자는 최근 모 협력업체와 알루미늄 디고징코일(TV및 모니터용
부품)의 공동개발에성공, 30%의 원가절감을 이뤘다.

VTR에 쓰이는 데크모터와 파워코드등의 올해 협력업체와 함께 추진할
국산화 프로젝트만도 80여건에 이른다.

대우전자는 "부품전략팀"을 창설, 그간의 협력업체 거래관행에 대수술을
시작했다.

정실이나 관행에 이뤄지던 구매행태를 깨고 경쟁력에 기초해 협력업체를
선별하는 체질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

부품전략팀을 "사장직속"의 별동부대로 만든데도 정실을 물리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대기업이 컨설턴트가 돼서 중소기업의 모자란 관리능력을 가르쳐주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현대자동차는 이달 중순께 자사의 우수 직원 23명을 세종공업등 28개
협력업체에 보내 기술향상을 도와주는"컨설턴트 파견제도"를 도입했다.

이들 컨설턴트들은 협력업체의 불량부품 현황을 파악해 해외 일류 업체의
부품과 비교 분석한후 내구시험 설비및기준등을 세계 톱클래스로 끌어올리는
품질혁신을 추진하게 된다.

현대그룹은 올해 5대 경영과제중 하나로 "협력업체와의 베스트 파터너쉽"을
선정하기도 했다.

LG그룹은 중소기업들의 경영인프라가 취약한 점에 착안, 자사가보유한
경영혁신 노하우를 협력업체에 심어주고 있다.

LG는 이를위해 "한국형 중소기업 생산관리방식"이라는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개발, 협력업체에 대한 경영혁신 컨설팅에 착수했다.

이 프로그램은생산현장및 설비 관리등시스템 혁신과 종업원 관리자
경영자 등 인력 혁신으로 짜여져 있다.

그런가하면 삼성전자는 정확한 역할분담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대기업은 첨단기술, 중소기업은 관련부품의 개발과 생산, 벤처기업은
벤처기술쪽으로 특화한뒤3자의 특기를 결합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아이디어다.

삼성전자는이를위해 올 한햇동안 <>4백여개 품목의 국산화를 적극 지원하고
<>협력업체와 선진기업과의 기술제휴를 도와주며 <>자사보유 생산기술 사용
및 특허권을 공유는등의 구체안을 마련했다.

이런 전략이 제대로 실시되면 올해 5천억원 상당의 원가절감 효과를 올릴수
있을 것으로 삼성측은 기대하고 있다.

협력업체간 경쟁을 붙여 비효율의 거품을 빼는 방법도 인기다.

한국중공업은 지난해 경쟁입찰제와 구매선 다변화제도 도입으로
9백46억원의 원가를 줄였다.

이밖에 새벽에 협력업체들을 모아놓고 제품품질을 점검하는 "부품새벽
시장"(오리온), 원가절감, 납기준수등의 목표를 설정한뒤 달성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목표합의제"(LG정보통신), 경쟁력 있는 업체만 엄선해
거래하는 "협력업체등록제"(신원) 등 협력업체의 실력향상을 통해 불황을
탈출하자는 대기업의 아이디어가봇물을 이루고 있다.

황금태 대우전자 부품전략부장은 "부품구매비는 제조원가의 60-70%에
달하기 때문에 이 부분의 획기적인 원가절감없이는 경쟁력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앞으로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관계도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크게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혜령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