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이냐, 코오롱이냐. 아니면 에어터치냐"

이동전화시장 재편 및 외국기업에 대한 M&A(인수합병)허용등과 관련,
신세기통신의 경영권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대주주인 포철과 2대주주인 코오롱이 3개 PCS(개인휴대통신)사업자
참여이후 이동전화시장에서 고전중인 신세기통신의 경영권을 단일화해
경쟁력 높여야한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3대주주인 미국 에어터치도 지분을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신세기통신의 경영권 단일화가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

경영권 단일화 문제가 표면으로 부상한 것은 지난해말 있었던 신세기통신의
증자가 계기가 됐다.

정태기 신세기통신사장은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본금을 3천5백억원에서 6천억원으로 2천5백억원을 늘려달라고
주주들에게 요청했으나 주주간 이견으로 5백억원 증자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포철측은 6천억원으로, 에어터치등 외국주주는 8천억원으로
자본금을 늘릴 것을 주장했으나 코오롱이 난색을 표했다.

포철측은 증자이후 코오롱측의 소극적인 태도에 불만을 제기하며 경영권
단일화를 주장하고 나섰으며 코오롱측도 검토해보자는 반응을 보였다.

신세기통신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간 이견이 표출된이후 회사 안팎에서
신세기통신이 살아남기위해서는 경영권 단일화가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회사 내부에서는 포철측으로의 단일화를 희망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박태준 자민련총재(전 포철회장)의 정계복귀가 경영권
단일화를 가속화시킬 촉매로 등장했다는 점도 흥미를 끈다.

박 총재는 직접 신세기통신의 설립을 지휘했던 까닭에 누구보다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오롱이 포철에 신세기통신의 지분을 3천억원 안팎에 넘기기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거나 "비대위에 제출한 구조조정안에 신세기통신
지분을 정리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는등 무성한 소문도 바로 이같은
맥락 때문이다.

신세기통신의 자본금을 8천억원으로 늘리자고 주장하면서 은근히 지분
확대를 꾀하고 있는 에어터치등 외국주주도 경영권 단일화 문제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어터치는 신세기통신에 이사로 파견했던 기술분야 전문가를 지난 1월
시장조사전문가인 앨런 바워즈로 교체했다.

2년 임기로 부임한 바워즈이사는 "적정한 가격이면 신세기통신의 주식을
인수해 지분을 확대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WTO에 제출한 통신시장개방 양허안에 따라 99년부터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대주주가 가능해진 상황에서 이같은 에어터치의 의사표명은
경영권 단일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업계전문가들은 현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는 포철로 경영권이
단일화되고 에어터치가 2대주주로 부상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으로
보고있다.

<김도경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0일자).